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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호 Mar 19. 2020

코로나 글은 쓰지 않으려 했는데

옅은 우울을 앓고 있다

연신 코로나-19 소식이 들린다. 평소 심리적 불안감은 매우 높은 수준(주관적 느낌이 아닌 실제 수치이다. )이지만, 이렇게 외적으로 큰일이 터졌을 때는 의연한 편이었는데 서서히 한계가 오는 듯하다. 어느 날 저녁 아무런 계기도 없이 불쑥 찾아온 불편한 감정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마스크를 끼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여 지금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짐했고, 성실히 실천하고 있다. 마스크를 끼고 외출을 하는 일이 번거로우면서도 감내할 수 있는 불편이라고 생각했다. 의료 현장에서, 또 공무원이든 회사든 할 것 없이 어떤 정책을 결정해야 하는 위치에서 고군분투하는 분들 앞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나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봄이 왔다. 

학교 캠퍼스에는 벌써 지난주에 이른 목련이 폈다. 매해 가장 먼저 꽃을 피우던 그 꽃나무가 유독 더 쓸쓸해 보인다. 교내 근로를 하는데 마냥 재택으로만 돌릴 수는 없어서 학교를 나가고 있고, 휑하게 빈 캠퍼스 복판에 서서 오래 꽃나무를 바라봐준다. 더 오래 눈길을 보내는 것으로 학생들의 환호를 대신한다.


봄이 오면 호들갑을 떨던 각종 기업들의 상품 소개마저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이맘때쯤이면 프랜차이즈 카페들에서 봄이 왔다고, 딸기 음료가 새로 나왔다고 광고를 했을 거다. 카페에 가봤자 아메리카노밖에 마시지 않지만 매번 메뉴는 알고 있던 나다. 팝업 광고에서는 봄이라는 계절에 맞는 화장품을 사고 옷을 사라며 이미지를 띄워댔을 텐데 그마저도 조용하다. 입고 바르느니 먹자는 주의지만 다채롭게 스마트 폰을 장식하던 그 빛깔들이 그립다. 


이맘때면 카카오톡 친구들이 프로필 사진에 꽃을 담느라 분주할 텐데 그마저도 뜸하다. 누구의 프로필 사진에 가장 먼저 봄이 오는지 살펴보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제 일상이 무채색이 되었다.


코로나 글만은 적지 않으려 했다. 나는 글을 쓸 때만은 독특하고 싶어서 남들과 겹칠 법한 소재는 피하고 싶었다. 글을 적어봤자 비슷하게 시작해서 비슷하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다. 또 어떻게 글을 써도 불편 혹은 불평이 담길 텐데 그런 태도가 정말 현장에서 고생하는 분들께 실례가 될 것 같았다.


그냥 일기 같은 글이다. 글만으로도 고민과 감정이 덜어진다는 사실을 굳게 믿고 있다. 


언젠가는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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