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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하 Nov 28. 2020

겨울

12월

가슴이 먹먹해지는 계절이 왔으니

눈을 고민하는 하늘에 어울리는 노래를 찾습니다

어머니는 생강차를 내오셨어요

나는 그 잔을 삼킬 수 없답니다


내가 소원했던 것을 담담히 불어내고

당신이 하는 이야기마다 심장은 반대로 박동하려 합니다

이 노래가 머지않아 귀에 익을까 두렵습니다

반쯤 식은 찻물에도 김이 나듯

기타 줄을 튀기던 손가락으로 시간을 헤아립니다


뿌연 구슬 안에 들어앉아 습기를 닦으며

눈이 오면 좋았을 하늘에 입김 불며 기도해요


나무도 옷을 입었으니 헐벗은 채 떠는 이 없게 해 주시고

모든 욕심들은 꿈으로 남게 해 주시고

겨울이 끝날 무렵을 예상할 수 없도록 도와주세요


하늘은 안개를 덮고 세상은 별 수 없이 얼어붙습니다

차가운 날씨 탓으로 현악기 소리를 들으며 울고 울며 웁니다

잎을 모두 잃어버린 나무를 벗겨 만든

그 소리를, 그것이 슬퍼서

흐느낌이 죄스러워 그랬습니다


누군가 나를 만나고 꼭 두 달이 되던 날에 사랑을 고백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곧 겨울이 오리라는 암시입니다

사랑합니다. 순수한 사랑입니다. 이 말을 꼭 다시 꺼내보세요


이 소리가 나를 집어삼키면, 내 모습은 한 없이 예뻐서

비로소 부끄럽지 않을 거예요

눈에 띄게 길어진 밤을 더듬으며 나는,

그리고 사실은,

당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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