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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하 Dec 31. 2020

새 해

기도합니다

부산한 몸짓 끝에 조용히 엎드려

나는 기도합니다


실로 이것이 구걸이요, 그저 소원하는 것으로 이루어 질리 없으니

두 무릎 모두 땅에 고서 손바닥 서로 비비며

티클 만한 행복만 구걸하는 내가 곧 부랑자입니다


새해가 되면, 만약 그것이 진정으로 온다면

우리, 같은 일에 여러 눈물 흘리게 마시고

밤을 너무 어둡지 않게, 어두워야 한다면

칠흑, 그 핵심에 놓아주시고

낮에는 꼭 해를 허락하소서


멋대로 달음을 치던 심장은 반쪽이 되었습니다

눈을 맞추는 행위가 예전 같 않아, 추레한 몸뚱이를 바르고 있습니다


하늘이여, 혹여 당신이 얼룩진 모습으로 내 글을 읽는다면,

부서진 이야기에 절대 눈 감지 마소서

세상 갖가지 욕심이 넌더리 난들 조각난 모습으로 우리, 오롯이 진실되었으니

그들의 걸음으로 의연하게 박동하던,

이 땅에 귀를 대고도 나는 정말 끄떡이 없습니다


쿵 쿵 그 진동이 무섭고 달갑습니다

그저 죽어가는 소리를 아직 날려 보내지 마소서


지평이 불타고 온통 까맣게 되었습니다

하늘님, 나의 더러운 손으로 나아가지 않으려면

순수한 모습으로 새벽을 안아야 합니다

매일 해가 오르는 기적이

오만함으로 그저 그런 줄 아는 우리입니다

얼마간의 벌을 주시고

그만하면 되었다, 말씀하길 고대합니다


하늘이여, 먹먹한 여명이여, 또 황혼이여,

무한한 그것의 이름으로 기도를 드립니다


오르지도, 꺼지지도 않으며, 오랜 부정을 반성하고

서로 우러르는 모습에 거리낌이 없도록

굽은 채로 소망합니다


부디,

그러한 한 해 허락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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