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회전목마는 잘 있을까
시월의 가을마다 여행을 떠났다
아이가 하교하자마자 급 달려왔다.
가고 싶은 곳은 멀었고, 이곳 역시 오고 싶었던 곳은 아니었으나 아이들은 좋아하고
집은 탈출했으니 그것만으로도 되었다.
어차피 집 앞 놀이터나, 이 곳이나 난 아이들 지킴이인데, 반복되는 일상이 내가 지겨웠던게지.
아이들 핑계로 내가 떠나고 싶었던 것이다.
젊을 때엔 면허증을 장롱에 고이 모셔두고.
엄마 차가 주차장에서 365일 놀아도 써먹을 생각조차 왜 못했을까.
그때 지금처럼 즉흥적으로 달렸더라면
좀 더 재미난 시간들을 보내지 않았으려나.
늘 지나고 나면 아쉬운 법이다.
이십 년 전엔 스노보드도 탔었는데, 이젠 높은 미끄럼틀조차 싫고, 추운 거도 싫고, 따뜻한 방바닥이 더 좋은 나이가 되었다.
회전목마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스물몇 살의 파리에서 마주했던 회전목마가 생각난다. 실망 가득했던 대학원을 휴학하고, 남자 친구랑도 헤어지고, 모든 게 꼬였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때도 급 여행을 가야겠어라는 마음으로 비행기표를 예약했다. 캐리어 끌고 나가며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내 뒤통수에 "말만 한 여자애가 혼자 무섭지도 않냐?"라며 말하던 웃음 섞인 엄마의 목소리가 또렷이 생각난다.
그때의 엄마 마음은 어떠했을까?
영국과 파리에서만 2주가량 보냈었고, 혼자 다니며 많이 걸으며 보며 멈추기의 반복이었던 순간들이었다. 그때 그곳에서 잠시 만났던 인연들은 지금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열정 넘치고 호기심 가득해서 빛나던 내 눈빛과 그 젊은 날이 새삼 생각난다.
기억을 더듬어 생각해보니, 시월의 가을. 딱 이맘때였구나.
내겐 또렷한 가을의 추억이 여러 개가 있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다니.
왜 이 시기. 시월의 가을이 다가오면 어딘가로 못 떠나 안달이었는지 오늘 아침에야 나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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