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커피시 Oct 17. 2023

인생극장

그래! 결심했어!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선택의 순간은 온다. '오늘은 걸어서 출근할까? 자전거? 아니면 여유 있게 나가서 버스를 기다릴까?'와 같은 것도 선택이 필요하다.

결국 자전거를 선택해 출근한 날 비가 왔고, 그날의 출근길부터 시작해 퇴근하여 집에 눕는 그 순간까지 자전거를 선택한 그 순간의 나를 자책하며, 감기를 앓았다.

선택은 크고 작든 간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점점 많아지는 선택의 순간들과 선택지에 나는 많은 책임을 지게 되었고, 눈앞에는 "만약에"라는 방지턱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어릴 때는 망설일 틈도 없이 그냥 덜컥 선택하고 자빠져도 벌떡 일어나는 재주가 있었다. 하지만 여러 번 넘어지고, 넘어지면 아프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서부터는 안 넘어지기 위한 방법을

신중하게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인생에는 '만약에 내가 이 선택을 한다면 나에게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 '이 선택으로 인해 나는 안녕할 수 있는가?',

'내가 이 선택을 하면 결과물은 어떻게 나올까? 전에 이런 일을 겪지 않았었나?'


 현실은 권선징악의 결말도 아니었다. 뉴스를 보면 착하고 우직하게 살아온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고, 비겁하거나 욕심에 가득 찬 사람들은 그만큼의 결과물을 가져갔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속의 방지턱은 점점 살을 붙여나갔다. 어느 순간은 너무 높아져서 아무리 있는 힘껏 액셀을 밟아도 못 넘어가는 날도 있게 되었다.

 사람은 생각하는 동물이다. 생각이란 것은 나쁘진 않지만 과하면 인생을 너무 해롭게 한다. 한때는 "그냥 해보지 뭐."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부럽기도 했다.

뭔가 모험적이고 당차고 잘못돼도 씩씩하게 일어서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나의 신중한 자세가 이만큼 나를 안정적인 환경에 놓아주었지만, 한편으론 자유롭게 열려 있을 수 있는

나의 날개를 꺾어 놓은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나에게 위로답지 않은 위로를 뱉는다. 모두 다 가질 수 없다. 나의 선택은 내가 한 것이기에 사랑해 주고 존중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잠들기 위해 누운 자리에서 '만약에...'라는 꼬리 잡기로 시작된 나의 인생의 시뮬레이션을 돌리다 다음날을 맞이하게 된다.


 나는 나의 선택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새벽의 축축함을 즐기는 시인이 되었을 수도, 밤하늘 별의 낭만을 읽는 연극배우가 되었을 수도 있다. 아니면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해 엄마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랬다면 가족들과 사이가 불편한 막내딸이 되었을 수도 있고, 다음날의 월급을 받을 수 있을까 걱정하는 밤을 보내고 살았을 수도 있다.

수많은 선택의 기로를 거쳐 다양한 일을 경험해 보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보고, 상처도 받았다. 지금은 상처가 생겨난 지점을 찾아가는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 지점을 찾아가 다른 선택을 밟아보려 한다. 새로운 상처가 생길지, 아니면 상처가 낫는 방법을 찾을지는 모르겠지만.


“나의 에블린. 난 당신을 알아.

늘 뭔가 이룰 기회를 놓쳤을까 전전긍긍하지.

그 모든 거절과 그 모든 실망이

당신을 여기로 이끌었어.

이 순간으로.

그것만은 잊으면 안 돼. “


(출처.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이전 06화 안정가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