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ruly Fine
이제 외출을 하면 입김이 선명해지는 11월, 완연한 가을이 온 것 같다. 그래서 더 봄이 그리워지는 걸까. 스웨덴의 4월은 아직 겨울같이 추운 날이 더 많았기에 나는 따뜻한 곳을 가고 싶었고, 그렇게 몰타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몰타 여행기의 타이틀은 아이유의 앨범 <팔레트>의 타이틀 곡 팔레트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았다. 25살인 아이유는 아닌 비록 22살의 내 모습이라서 조금 다르겠지만. 그래서 가사에 내 나이를 입혀봤다. 신기하게도 이번 몰타 여행 사진들을 앨범으로 한꺼번에 보니깐 사진 조각들이 마치 팔레트 같이, 몰타의 파란 바다색을 담고 있었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색깔은 몰타의 파란 바다색. 나를 다시 거기 데려다주세요.
I like it I'm twenty two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애도 어른도 아닌 나이 때
그저 '나'일 때
I got this I'm truly fine
아직 할 말이 많아
I've truly found
나의 32번째 나라 몰타. 스웨덴 말뫼에서 한 학기만 하고 몰타로 돌아간 같은 교환학생이자 나의 친구인 몰타의 Martina. 그 친구를 다시 보러 말뫼에서 코펜하겐 역까지, 코펜하겐에서 비행기를 타고 터키 이스탄불 공항에서 환승해서 몰타로 도착했다. 도착할 때쯤 내가 앉은자리 비행기 창가에서 보였던 몰타 섬. 이때부터 몰타의 바다를 좋아했던 것 같다.
공항에 도착하고 따로 짐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 배낭 하나로 온 여행이니깐. Martina와 그녀의 어머니 Denise가 차로 마중을 나왔다. 함께 Martina가 사는 도시 마르사스칼라로.
바로 여기가 마르사스칼라. 이 항구 왼쪽에 쭉 있는 집들 중 하나가 바로 친구네 집. 친구네 어머니가 가드닝을 좋아해서 집안 곳곳에 파티션으로 따로 가든을 꾸며놓으셨다. 그리고 친구네 고양이 Kika도 같이 살고 있다! Kika는 나이도 많고 느릿느릿하고 플라스틱의 소재를 좋아한다. 우리는 금세 친구가 되었다.
나는 동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채식을 왜 하냐고 물어보는 사람들마다 깜짝 놀란다. 나에게 동물도 사람처럼 만나고, 관계를 쌓아야 친해질 수 있는 것. 처음 보는 동물이니깐 잘 모르니깐 그런 것처럼. Kika를 만나게 되어서 좋았다 무척.
그냥 이번 여행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 나는 일상이 여행이고 여행이 일상이라서 딱히 여행지를 새로 간다고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몰타에 여행 왔으니깐 여기서도 러닝! 친구도 러닝을 좋아해서 함께 있었던 일주일 동안 아침 러닝과 오후 러닝 이렇게 두 번씩 하고 왔다!
몰타의 바다를 보면서 달렸다. 달리면서 하는 여행, 그런 여행이 나는 좋다.
마르사스칼라의 해지는 저녁의 모습도 나는 좋다. 몰타의 바다 색깔이란!
몰타에는 로마 카톨릭 성당이 300개가 넘는다. 나는 종교인이 아니지만, 친구네 가족은 카톨릭 신자라서 일요일에 함께 로마 카톨릭 성당에서 미사를 잠깐 드리기도 했다. 나는 그냥 모든 종교가 똗같이 느껴진다. 그것보다 믿음이 더 좋다.
여기저기 친구를 따라 몰타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녔다.
슬리에마는 마라사스칼라 다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몰타의 도시. 여기서 맡았던 바다 냄새와 바다 바람, 그리고 따뜻한 햇빛이 나는 너무 좋았다.
이건, 내가 정말 행복할 때 나오는 웃음.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던 곳, 몰타.
추운 스웨덴의 말뫼에서 잠깐의 여름을 느꼈던 곳. 몰타에서 일주일밖에 안 있었는데 엄청 타서 왔을 만큼! 선글라스는 필수였다.
아, 맞다! 몰타에서 있으면서 그렇게 이스라엘에서 살았을 때가 생각이 많이 났다. 수도 발레타는 예루살렘과 너무 비슷한 색깔이었고.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정말 느낌이 비슷하다. 도시의 통일된 컬러 팔레트, 올리브 오일, 그리고 발사믹 식초랑 빵. 그게 몰타의 색깔이었다.
여기 오니깐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스라엘을 보고 싶어 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때의 나의 모습이 요즘도 기억이 많이 난다. 15살 때 처음 갔던 이스라엘, 거기서 3년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으로 나를 채웠었는데. 아직도 히브리어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설레지 않을 수가 없다! 그래서 이번 여름방학, 스웨덴에서 바로 이스라엘로 떠났다. 이스라엘에서 처음 만났던 지금은 미국에 사는 나의 친구 Channah도 미국에서 이스라엘로 다시 오고. 그래서 내년 여름방학 때는 미국을 다시 가는데, 이번에는 이번 여름에 이스라엘에서 만난 Channah를 다시 보러 갈 거다!
여기서 이렇게 행복해도 될까 만큼 행복했던 슬리에마.
그리고 나를 찍어줬던 Martina.
나도 Martina와 친구의 남자친구이자 나와도 금세 친구가 돼버린 Luke를 찍어주었다. Luke도 정말 좋은 친구. 웃음에 푹! 빠져버릴 수 있는 친구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플!
어쩌다가 스웨덴에서 만나서, 서로 이렇게 친구가 되었을까. 친구를 다시 보러 가는 것마다 나에게는 여행이고 삶이고 행복이다. 어차피, 우리 모두 다 행복해지려고 사는 거니깐.
그리고 페리를 타고 고조 섬에도 갔다. 이번에는 Luke의 베프인 Chrisann과도 함께! 내가 제일 좋아하는 연애는 서로의 친구들이 모두 친구들이 되는 그런 것. 친구의 남자 친구의 친구와 친구도 되었다!
신기하게 고조 섬에 갈 때 페리 비용은 무료이고, 다시 몰타 섬으로 돌아올 때만 티켓 값을 매긴다! 페리 위에서 사진도 찍고!
몰타의 국기.
Martina의 아버지 Mario가 2층 투어 버스 티켓을 공짜로 주셔서 우리 넷이 신나게 버스 타면서 고조 섬을 봤다!
그리고 이곳에 잠깐 내렸다.
마치 누가 장난처럼 파란색 물감으로 페인트를 하다가 여기에 빠트린 것 마냥. 그렇게 파란색의 고조 섬 바다 색깔. 저 동굴 안에 Luke랑 나랑 둘이 들어가 봤다.
그랬더니 이렇게 멋진 광경이! 동굴 속에서 밖의 바다를 바라보는 모습이란. 햇빛을 머금은 바다가 내 눈앞에서 바로 반짝반짝 빛났다.
사진을 참 많이도 찍었더라.
몰타의 수도 발레타에서도! 여기서 친구네 가족과 함께 몰티즈 전통 음식점에서 외식도 하고, 비건 카페도 가고, 친구들이랑 같이 맛난 점심과 저녁도 많이 먹고 그랬다.
아, 정말 따뜻했던 몰타.
그냥 멍하니 있어도 좋았다.
서로의 사진을 찍고, 이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찍고.
친구가 다니는 말타 대학도 가보고. 캠퍼스도 구경하고. 여기서 내 코스 공부도 조금씩 하고! 이때도 아직 학기 중 여행이니깐.
마르사실로크에서 마지막 저녁을 함께 먹었다. 친구네 어머니와 아버지와도 친구하고! 정말 좋으신 분들. 처음 도착한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그리고 벌써 일주일이 흘러도 계속 안부 묻고, 이렇게 나에게 사랑을 듬뿍 주신 분들. 엄마가 요르단에 있어서 거의 1년 동안 못 봤는데 이곳저곳 계속 돌아다니면서 사랑 잘 받고 있는 중이다. 외동이어도, 가족이 엄마 한 명이어도, 내 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가족'들이 있다.
음, 내 머리도 많이 자랐다!
마지막으로 Martina의 코지한 방. 여기서 고양이 Kika와 함께 셋이서 잤다. 몰타에서도 매일 아침 6시나 7시에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하고, 아침도 같이 먹고. 함께 차도 마시고, 커피도 마시면서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일주일이 훌쩍 지났고, 지금은 벌써 반년이 훨씬 더 넘었다.
아, 나 여기서 너무 행복했다 그냥. 어느 곳을 가던지 사실 가는 때랑 누구랑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왜 가는지에 따라 여행의 느낌은 각각 다르겠지만, 친구를 보러 4월 말에 몰타를 갔다 온 나에게 몰타는 행복한 그런 느낌. 여행하면서 나를 더 아는 느낌이었다.
나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나를 정말 잘 아는 사람이면 좋겠다. 서로를 '알아가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진심으로 상대방을 공감하고 이해하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항상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친구관계와 우정을 유지하는 것이 얼마나 쉽지 않은 것인지, 여행 예산부터 계획, 여행하면서 겪는 별의별 에피소드들을 어떻게 감당하는지 이해해주는 사람도 많지 않다.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영원히 함께 친구 할 수 있을 거야, 이렇게 쉽게 내뱉는 약속이 시간과 거리에 따라서 얼마나 달라지는지 안 겪어본 사람은 모르겠지. 그래도,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우정을 계속하고 싶다면, 그만큼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상대방이 정말 원하는 관심과 사랑을 주려고 나도 아직 노력 중이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날.
내가 어떤 색깔을 좋아하는지, 나의 인생이라는 팔레트에 어떤 '물감'을 채워 넣고 싶은 지 고민할 수 있었던 여행이었다. 친구와 함께 남은 대학교 학기 계획을 나누면서, 교환학생 후 느끼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나눴고, 불안한 미래도 우리에게 똑같이 있다. 나의 친구, 그녀를 더 알아갈 수 있던 여행이었고, 동시에 내가 얼마나 바다를 좋아하는지 다시 알게 되었지. 친구를 만나러 떠났던 여행에서, 나는 나도 새롭게 만났다. 함께 바다를 보면서 점심을 먹었을 때, 방에서 잠들기 전과 동네 산책을 할 때 우리의 힘든 순간들도 나누면서 가끔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 같아도 말이지, 아직은 우리의 팔레트를 다 채운 것이 아니니깐. 당신이 좋아하는 색깔을 아직 못 찾았고, 실수로 다른 색깔을 담았어도, 팔레트에는 공간이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부디 알아줬으면 좋겠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우리 모두에게도.
이 여행을 할 수 있게 해 주고, 행복을 아낌없이 나눠주었던 Martina, Luke, Jean, Denise, Mario, Chrisann, 그리고 Kika까지. 내가 많이 사랑하고 아낀다.
지금은: 여행 중
앞으로 매주 토요일, 저의 여행 이야기들을 하나씩 꺼내보려고 합니다.
Breakfast: http://blog.naver.com/gkdmsinj
Lunch: https://www.facebook.com/headshave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