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순수했던 시절, 내 마음을 전하는 게 나는 늘 참 쑥스럽고 어려웠다.
그리고 덜 순수해진 지금도 여전히 나는 마음을 전하는 일에 가장 신중하고 고민을 많이 하는 편.
그런 점에서 편지와 선물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기에 고마운 수단이 되어주었다.
기념일은 당위성은 물론 웬지 모를 로맨틱한 분위기까지 더해지니, 선물을 전달하기에 더 없이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었다.
2.
선물을 전하기도 많이 했지만 참 많은 선물을 또 감사하게 받아보면서 나름 깨달은 것이 있다면,
선물에는 서로의 세계와 감정이 반영된다는 것.
너와 나의 세계가 만나 우리가 되듯, 선물은 전하는 자 즉 수신자와 선물을 받는 자, 발신자의 세계가 고스란히 합해지는 기쁨의 영역이다.
선물 받을 상대에게 "필요한 것 있어?" 라고 물어보는 걸 잘 안하는 편인데, 반대로 상대에게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괜히 계면쩍고 심지어 필요한 게 있어도 말을 잘 못한다.
“필요한 것 없어 돈 쓰지마” 힘 빠지게 하는 거절 아닌 거절의 메세지를 받고 수치스러웠던 경험에서 부터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냥 그게 참 민망하고 어렵다.
내 위주로 합리화를 해 보자면
나는 선물을 고민하고,
상대에게 더 필요할 것 같은 것 혹은 좋은 것을 비교해서 선택하고,
선물과 어울리는 포장과 카드를 고르고,
적절한 타이밍에 수신자와 발신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선물을 전달하는,
그 일련의 과정에 담긴 총체적인 고민의 흔적과 정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성향의 사람이다.
3.
그래서 선물의 품목에서부터, 선물을 하는 나의 의도까지 시행착오가 알게 모르게 참 많았다.
내가 좋아하는 걸 상대도 좋아해줄거라는 착각으로,
비싸고 브랜드의 제품이 무조건 좋다는 허세로,
미안한 마음을 선물로 덮어버리려는 잘못된 시도와 더 나아가서는 주는 자의 입장에 서서 묘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해서 선물을 하기도 했다.
글을 쓰는 지금도 부끄러워지는 기억들이 몇 몇 떠오르는데, ‘그런 선물은 안 하느니 못해 진짜 진짜..!'
4.
그런 의미에서 선물은 철저히 타인 중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대가 필요로 하는 게 무언지, 지금 어떤 감정상태와 상황에 놓여있는지의 충분한 관심과 배려로 시작해야 수신자와 발신자 모두가 만족스럽고 기쁜 선물을 할 수 있다.
타인을 향한 깊은 공감과 예민한 관찰 능력은 그런 점에서 큰 장점을 발휘한다.
초라함에 몸서리치는 누군가에게 때로는 근사한 선물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남 뒷바라지 하느라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들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가슴에 눈물을 머금고 사는 누군가에게는 존재 자체를 인정해주는 선물로 '네가 가장 소중하다'고 긍정해줄 수 있다.
크게 떼이고 실패한 자에게는 실제적인 도움(현금 계좌이체 같은-)이 절실할 수 있다는 것을-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에 의해
나와 타인에 대해 더 잘 알아가고 배워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고 인생이 아닐까?
5.
편지와 선물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계속 쓸 수 있을 것 같다.
쓸 수 있는 걸 쓸 수 있을 때까지 써봐야겠다는 다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