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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렌체장탁 Feb 02. 2024

잘생긴 복학생 내 남자친구

C.C로 화려하게 캠퍼스 컴백


"말도 안돼!!!! 너랑 쟤랑 사귄다고?"


 복학하고 나서 제일 많이 들은 소리였다. 앞에서 놀라든 말든 내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만이 은은히 피어올랐을 뿐이다. 올라간 입꼬리를 굳이 감출 생각도 없었다.


"응, 그렇게 됐어. 에헴."

"야! 너 쟤 별로 안 잘생겼다고 하지 않았어? 아닌 척하더니 뒤에서 대박이네."

"아, 내가 꼬신 거 아니야. 쟤가 나 좋다고 한 거야! 고백도 먼저 했다니까?"

"에이... 근데 J 가 왜?"


 그러게나 말이다. 잘생긴 그가 나를 선택했다는 사실에 특히 내 남자동기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이제 막 전역해서 아직 세상물정을 모르는 거라면서 차이면 술 사줄 테니까 바로 연락하라고 친구인지 원수인지 모를 소리들만 해댔다. 나는 이미 3학년이었지만 J는 1학년 2학기로 복학했기 때문에 그가 연하인 줄 아는 사람들도 많았다. 사실 그는 나보다 1살이 더 많았다. 그러나 나는 굳이 정정하거나 해명하지 않았다.  


잘생긴 데다가 연하 남자 친구라니! 더 있어 보였으니까.


 드디어 꿈꾸던 캠퍼스 로맨스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같이 등교하려고 정문 앞이나 지하철 출구 앞에서 나를 기다리는 그를 볼 때마다 얼굴이 다 찌그러지도록 웃음이 나고 얼굴이 벌게졌다. 그의 팔짱을 끼거나 손을 잡고 걷는 한 걸음 한 걸음이 레드카펫 혹은 꽃길 같았다.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겠지만 어쩐지 나는 부러워하는 여자들의 시선을 받고 있는 것 같았고 그럴 때마다 으쓱해지며 솟아오르는 어깨를 감출 수 없었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내 사물함에 몰래 비타 500을 가져다 놓은 걸 발견한 날에는 그를 사랑한다고 엄청 큰 소리로 복도가 떠나가게 외치고 싶었다. 아니 외쳤던 것 같다.


 J는 정말 심장병 유발자였다. 남자친구가 된 그는 귀엽고 귀엽고 또 귀여웠다. 내가 하는 말은 뭐든지 잘 따라주고 자기가 조금이라도 모르는 걸 알려주면 '우와, 우와'를 연발하며 나를 칭찬해 주었다. (우와거릴 때 그 천진난만 사랑스러운 표정을 봤어야 되는데.. 진짜 보여주고 싶다!) 그는 나와 함께 하는 대부분의 경험이 첫 경험인 경우가 많았다. 처음 먹어본 음식, 처음 가본 장소, 처음 해본 행동들을 제대로 즐길 줄 알았고 그런 것들을 리드하는 나에게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걸 마다하지 않았다. 나 또한 알아보고 추천해서 함께 하는 것들을 그가 정말 좋아할 때마다 느꼈던 짜릿함을 잊을 수가 없다. 나도 처음 해본 것 들 투성이었지만 미리 공부한 다음 태연한 척하는 걸 모르는 척해주며 칭찬해 주고 나를 추켜세워주는 탓에 나의 자존감이 그의 사랑을 먹고 쑥쑥 자라났다.  


 한 학기만 다니고 복학한 터라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던 그는 늘 나를 졸래졸래 따라다녔다. 학년 별 전공수업이 달라 교양수업만 겨우 맞춰서 듣는 커플이었지만 그의 집이 학교와 가까워 공강이나 내 수업이 끝나는 시간에 맞춰 늘 보러 나와주었다. 친구가 많고 공사다망했던 내가 그 작은 캠퍼스를 걸어가는 내내 다른 친구들과 인사하고 떠드느라 한참을 시간을 끌어도 웃으며 묵묵히 기다려주었다.

 한 번은 강의실에서 만난 남자동기와 이야기가 좀 길어졌었는데 그때는 생전 하지도 않던 질투를 해서 당황스럽게 하기도 했다. 화가 나서 빨개진 얼굴로 '넌 내가 같이 있다는 사실을 잊은 것 같아.'라고 쏘아붙이고는 집에 가겠다며 버스정류장으로 가는 그의 뒤를 따라잡느라 조마조마하기도 했지만 나를 질투해 주는 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미안하다며 따라잡는 나를 놓고 갈 만도 한데 또 그러지는 못해서 '너 지금 눈곱 껴서 못생겼어!'라고 핀잔을 주는 걸로 감정을 삭이던 그에게 내가 '못생겼다고??' 라며 눈물을 글썽이자 바로 자기가 미안하다고 사과했던 그였다.  


 그는 나이가 많았지만 나의 후배였고 고로 내 동기나 친구들이 다 그의 선배였다. 나는 여자친구들보다 남사친이 많은 사람이었어서 그런 면에서 그가 좀 힘들었으리라 짐작하지만 당시 그는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친구들과 놀다가 술에 취한 나를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받았을 때도 자기보다 나이가 어린 내 동기가 선배랍시고 우리 관계에 대해 훈수를 둘 때도 특유의 천진난만함으로 유연하게 대응했다.


 잘생긴 데다가 팔뚝도 멋진 데다가 내 말이라면 다 잘 들어주고 내가 제일 똑똑하다는 내 남자친구. 전생에 내가 뭔가 하긴 했었나 보다. 엄청나게 좋은 일을!


 나도 스킨십을 좋아했지만 그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늘 손을 잡거나 볼을 비비거나 뽀뽀를 하거나 포옹을 했다. 조금만 사람이 없어져도 늘 입술에 쪽! 뽀뽀해 주었다. 그는 나랑 키가 비슷한 남자의 최대 장점을 확실히 가르쳐주었다. 우리는 키와 입술 높이가 딱 맞았기 때문에 살짝 고개를 돌리며 서로를 마주 보는 찰나에도 입술과 입술을 부빌 수 있었다. 누구 하나가 고개를 들거나 숙이지 않았기 때문에 티가 나지 않아 엘리베이터나 지하철에서 우리가 많이 써먹었던 뽀뽀 방법이다.

 

 그는 키스를 잘했다. 중간고사 기간에 동기들과 모여 밤새 공부를 하다가 잠시 강의실이 비거나 하면 짧고 짜릿한 키스를 나누었다. 그의 아파트 단지 안 놀이터도 우리 집에 가는 길에 있던 조그만 공원의 정자도 우리의 단골 코스였다. 그는 나에게 2가지 비유적 표현이 사실 실제 물리적인 현상이 맞았다는 것 또한 알게 해 주었다.  


 키스로 사람 몸이 녹아내릴 수 있다는 것과 보고 있는데도 보고 싶어서 심장이 아프다는 것.


 친구가 없던 그에게 학과 생활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싶어서 학술제 준비 위원회 활동을 권유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낯설어하던 그는 금방 적응을 하는 모습이었다. 늘 나를 기다리던 그였는데 이제는 그의 일정이 더 바빠져서 내가 기다리게 되는 일상들이 나쁘지 않았다. 특히 위원장을 맡았던 선배 오빠 하나가 J를 예뻐하면서 각별히 챙겨주기 시작했다. 당시 J의 성격이 둥글둥글 한 편이긴 했지만 그래도 사람을 좀 가리는 편이었는데 배울 점이 많은 것 같다면서 곧 그 형을  따르기 시작했다. 나는 그들이 잘 지내는 것도 좋았지만 학술제 기간 내내 정장을 차려입은 그가 심하게 멋있었기 때문에 나의 추천을 신의 한 수로 여기게 되었다.


 게다가 학술제 기간을 통해서 그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고 알게 되었다. 늘 나와만 붙어 다니느라 고립 아닌 고립 중이었는데 행사를 통해 알게 된 사람들이 많아져서 학교생활의 반경을 넓힐 수 있었다. 정장 입은 그를 보고 반한 것이 나뿐만은 아닌 것 같았다.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그를 칭찬했고 나는 그런 그가 너무 자랑스러웠으나 거울을 볼 때마다 어쩐지 내가 너무 못생겨 보인다는 걸 티 내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어쨌든 학술제는 성공이었다!

그러나 그 선택이 전혀 다른 방향에서 나의 행복한 일상을 공격하게 될지 상상도 하지 못했다.

J를 너무 좋게 봤던 그 위원장 선배가 그에게 어느 날 제안을 한 것이었다.


 "너, 중국 가서 나랑 일 해보는 거 어때?"


아놔... 중국.................. 이라니요! 저기요? 이 사람 이제 막 군대 전역해서 저랑 꼴랑 한 학기 다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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