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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렷 경래 Mar 19. 2024

미끈한 저녁

미끈한 저녁 

                                                         김경래



밤참을 서둘러 먹고

드러누워 잠을 청합니다

아무도 관여하지 않는 고독은

밤마다 길동무라 거들어 줍니다

친구가 나긋나긋한 손짓을 했고

어깨를 빌려주었답니다

시청하다 만 드라마 한 편은

벽걸이 티브이에 마냥 걸린 채로 있습니다

뭐든 미완성은 많은 것에 의미를 부여해선지

희망이 형광물질처럼 따라붙으니까요

책상머리에 앉아 쓴답시고 쓴 시를

테라스에 던져버리고

멀미 나는 침상에서 내내 되새김합니다

버리고 나서 가치를 알아가는 우리

당신과 나의 이 미끈한 저녁은 무엇일까요

당신과 나의 이 미끈한 저녁은 안녕입니다

질서를 줄 세운 끈적한 내일을

서둘러 잠재우다 싶다가도

골동품 같은 고독

쉰의 마지막 때를 품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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