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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페드로 Jan 04. 2018

터키 밸리댄스에서 아리랑을 부르다

너무나 감동이었던 그때의 아리랑 노래

터키는 인구의 약 70%가 젊은 세대인 20~30대로 구성되어 있어서 이스탄불 신시가지를 돌아다녀 보면 거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고 특히 연인들이 많다. 위치적으로 보면 아시아권에 속해있지만 유로존으로 가입할려고 하는 시도를 하고  이슬람문화권이라서 그런지 유럽연합에서는 아무래도 꺼려하는 그런 분위기이다. 그도 그럴것이 오스만 제국의 힘은 그 어느 유럽나라도 꺽을 수 없을 정도로 강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유럽이나 주변국에 남아있지 않을까?  

이슬람 분위기는 터키에 도착하면서부터 어느 궁전에서 들려오는 지 모르지만 주기적으로 코란을 읊는 것으로 느낄 수 있었고 사람의 향기나 뿜어져나오는 기운에서도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내게는 터키의 이스탄불이라는 도시가 굉장히 역동적이고 다른 어느 나라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창의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는 데 책을 읽으면서 폭넓은 지식의 향연을 듣는 것이고 여행을 하면서  다른 느낌과 낯선 경험을 하며 나와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만나보는 것이 가장 좋다. 어쩌면 터키는 나에게 창의성의 불꽃을 일으켜 준 나라인지도 모른다.

  

 내가 갔을 때는 터키 화폐의 단위는 리라였다. 인플레이션 때문인지 엄청난 단위를 자랑했다. 백만리라가 만원정도했던 것으로 기억하는 데 이렇게 많은 돈을 가져보는 것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계산할 때는 참으로 귀찮고 성가시게 나의 좌뇌를 굴려야 한다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터키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로 나눌 수 있는 데 유적지나 궁전등은 신시가지쪽과 강쪽으로 많이 있다. 한가지 특이한 것은 아야소피야 성당에서 흘러나오는 코란 경전을 외우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는 것인데 거의 1시간 간격으로 주기적으로 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찌나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커서 몇 소절은 외울 수 있을 정도였다. 


겨울에 간 터키는 거의 눈이 오지 않는다고 하는데 우리가 갔었던 그 해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내렸다. 우리의 운동화는 차디찬 눈으로 뒤덮혀 있어서 호텔에 오면 양말부터 벗고 운동화를 최대한 말리는 것이 일이었다. 터키에 왔으면 문화생활을 하는 것이 가장 최우선인데 우린 현지 여행사를 통해서 밸리 댄스를 예약했다. 그것도 아주 짧은 영어를 하시는 터키 현지인과 나름 협상을 잘해서 싸게 티켓팅을 했다는 자부심과 만족감을 느끼면서 호텔에 돌아왔다.  


"저희 내일 터키 밸리 댄스 보려가려구요"

"저희는 예약했어요"

"얼마에 하셨어요?"


자유여행 온 다른 팀은 우리보다 좀 더 비싸게 주고 샀음을 인지하였고 어떻게 말을 하느냐가 중요함을 새삼 느끼게 한 것 같다

여하튼 밸리댄스 공연주최측에서 제공한 리무진 버스로 호텔 픽업을 해주었기에 이스탄불 거리를  헤멜 필요가 없이 터키에서 나름 유명하다는 밸리댄스 극장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추운 날씨에 어디서 이렇게 많이 오셨는 지 공연장 좌석은 거의 만석이었다. 정말 전 세계인이 한자리에 다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인종이 다양하였다.


밸리 댄서의 몸 동작 허리 동작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는 데 어쩜 이렇게 유연하게 허리를 돌릴 수 있는 지 나의 허리도 잠시 돌려보았다. 무희와 나의 비교체험은 인간과 로봇의 대결이라고 하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다양한 인종이 섞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사의 과한 친절함 덕분에 우리의 테이블은 한국인으로만 구성이 되었고 한국인 특유의 부끄러움과 낯설음때문에 서로 통성명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아 주어진 음료만 홀짝홀짝 마시는 광경을 연출했다. 


그런데 여기서 놀라운 문화적 충격은 다름아닌 사회자의 프로다운 진행에 있었다. 무희의 밸리댄스가 화려하게 1막을 끝내고 웨이터의 분주한 손놀림으로 각 테이블의 주문을 받는 사이 사회자가 나오더니 어느 나라에서 왔는 지를 소개하는 것이었다. 


"러시아 오셨나요 ?(터키어로) 쯔드랍스터브이써"
"스페인 오셨나요? 브에나스 노체스"

이 순간 무리로 온 각국의 신사숙녀분들은 자신들의 언어를 함께 호흡해준 이 사회자를 유세장에 나오는 대통령 후보들보다 더 환호하기 시작했다. 거의 20여개국의 모든 나라를 다 호명한 후 각 나라의 노래를 다 불러주는 기이한 퍼포먼스에 나의 정신적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고 한편의 영화에서 보는 장면처럼 그 순간의 느낌과 분위기 그리고 관객들의 환호와 낯선 이국땅에서 들리는 고국의 그리움을 승화시키는 한곡의 노래는 누가 들어도 감동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은 나의 장기 기억저장소 맨 밑바닥에 깊숙히 꽂혀서 남았다. 사회자는 무대에 서서 '러시아' 를 외치고 러시아에서 유명한 노래를 부르면서 관객의 공감대를 한껏 끌어올렸고 한국 국기가 세워진 우리 테이블을 가리키며 '코레아' 하면서 아리랑을 부르기 시작하였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우리도 같이 따라 불렀는데 한국인이라는 자부심과 가슴벅차 오름을 느꼈던 것은 나만 그런 것은 아닐것이다.
정말 세계 여러나라를 돌아보면서 관객과 하나되는 사회자가 프로같다는 생각은 내 생애 처음이었. 그 많은 나라의 노래를 다 외우고 부를 수 있는 것도 참 놀라웠다. 그런데 더 감동이었던 것은 터키 문화를 알리는 밸리댄스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참가했던 손님들이 자신의 조국의 소중함과 환희를 동시에 느끼게 해준 것이었다. 이런 감동과 흥분 그리고 가슴벅차 오르는 그 무엇을 이 낯선 땅 터키에서 느껴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터키라는 나라는 우리에게 단순히 밸리댄스로 유명한 데 전쟁박물관에서 만난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우리를 기억하길 세계대전 참전국으로서 한국을 도왔다는 것을 회상하신다. 아마 지금 다시 가게 되면 그 분이 계실 지 모르겠지만 동맹국으로서 한국과 터키는 참 멀면서도 가까운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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