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아이의 마음

by 코코 COCO

요즘 부쩍 말이 늘어난 아이와 대화를 나누는 게 재미있다. 정말 신기하고 놀랍다. 아이의 입술에서 터져 나오는 말 한마디가 기특하면서도 감동적이다. 아니 경이롭다. 언제 이렇게 많은 단어와 문장을 배웠나 싶다. 이제는 자기가 겪었던 이야기, 다른 사람(주로 어린이집 선생님과 함께 하는 반 친구들)이 자신에게 한 이야기도 들려준다.


그래도 무엇보다 제일 기쁜 건 아이가 내게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아직 서툴러서 어색한 표현도 많고 화부터 내거나 말도 하기 전에 울음을 터트리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추스르고 난 후에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단어 하나하나에 진정성을 담아 이야기해 주고 있다.


그날도 평범한 수요일의 아침이었다. 평소와 같이 일어났고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나를 찾고 뒹굴던 아이, 시계를 보니 더 이상 지체하다간 또 등원이 늦어질 것 같아 밥 준비를 위해 벌떡 일어났다.

"엄마 밥 준비할 테니 다 되면 부를게."


그러고는 열심히 등원준비를 하고 있는데 기분 좋게 인사하던 아이가 갑자기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분명 소변이 마려운 게 틀림없었다.


'또 시작이군.'


아이는 기저귀를 좀 늦게 뗐지만 금방 대소변을 가리게 되었고 실수하지도 않았다. 완벽하게 뗐단 뜻이다. 그런데도 매번 아침에는 소변을 참고 징징대곤 했다. 평소에는 잘 놀다가도 소변이 마려우면 내게 '엄마 나 쉬하고 올게'라고 말하는 아이다. 그런데 아침이면 한 번씩 짜증과 징징거리는 표현으로 소변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쉬 마려워? 화장실 가자."

"왜 그래? 뭐 때문에 그래?"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말을 해야 알지. 이렇게 떼쓰고 울면 엄마는 알 수가 없다고 말했지?"


내 머릿속에는 빨간 불빛과 경고 알람 소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아침부터 큰소리로 아이를 혼내고 싶지 않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점점 더 큰 소리로 혼을 내는 나와 점점 더 크게 악을 쓰며 우는 아이.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아이가 스스로 진정될 수 있도록 내가 기다려줘야 한다고 의식적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동시에 아이가 도대체 왜 매번 아침마다 그러는지 궁금해졌다.

"엄마는 네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릴 거야. 진정되면 엄마한테 와. 엄마한테 왜 울었는지 말해줘."


10여분이 흘렀을까. 점차 울음을 그친 아이는 늘 그랬듯이 물티슈로 눈물과 콧물로 범벅된 얼굴을 차분히 닦아냈다. 그리고 소변을 보고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나에게로 왔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오늘도 소변이 마려워서 운 아이였다. 우선 밥을 먹여야 하니 식탁에 앉혔다. 그리고 물티슈로 범벅이 된 바닥을 치우며 아이에게 날 선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게 있으면 말을 해야지 이렇게 울기만 하면 안 돼. 물론 엄마는 어느 정도 예상은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알지 못해. 말을 잘하면서 왜 울고 화만 내는 거야?'


평소였음 듣기만 했을 아이인데 서러움에 복받쳐 울음이 터져 나오는 걸 참아내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와 분명 다른 아이의 모습이었다. 순간 아이를 달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러움에 북받칠 때는 위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걸 나는 아는 사람이니까.


아이는 내게 바로 안겼다. 나는 가만히 등을 토닥이고 쓰다듬어 주었다. 아이는 금방 진정되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아이가 내 얼굴을 바라보고 작은 두 손으로 내 얼굴을 가만히 만지작거렸다.


"이제 좀 진정됐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엄마한테 왜 울었는지 말해줄 수 있어?"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쉬가 마려워서 우는 거야?"

(고개를 끄덕이는 아이)

"우리 oo 이는 엄마랑 놀다가 쉬 마려울 때면 '쉬 하고 온다'라고 말해주고 잘 다녀오잖아? 그런데 왜 아침에는 쉬 마려울 때마다 우는 거야? 엄마한테 말해줄 수 있어?"


한참을 나를 바라보던 아이가 말했다.

"엄마랑 같이 있고 싶어서."


머리가 순간 멍해졌다. 나랑 같이 있고 싶어서 울었다니. 그리고 이내 눈에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이는 내가 옆에 있기를 바랐고 그래서 아침마다 우는 거였다. 빨리 등원비를 해야 한다고 말할 엄마를 붙잡을 방법으로 소변이 마렵다는 이유를 댔던 아이. 그 마음도 몰라주니 서러움에 북받쳐 울음을 터트린 아이의 마음을 이제야 알아버렸다.


"oo이가 엄마랑 같이 있고 싶었구나. 엄마가 그 마음 몰라줘서 미안해. 엄마는 어린이집 등원이 늦어지면 안 되니까 그래서 빨리 준비하려고 했던 건데 엄마가 너무 oo 이를 재촉했어. 엄마가 정말 미안해. 앞으로는 oo이가 일어나면 같이 있어줄게. 밥 먹을 때도 엄마 먼저 다 먹었다고 다른 거 하지 않고 옆에서 기다려줄게."

나의 모습들 속에서 아이에게 준 외로움의 상처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등원 준비한답시고 밥을 다 먹자마자 일어나 준비를 하나씩 하던 나의 모습에서부터 아이에게 등원 시간을 잘 지켜야 한다고 하면서 속으로는 나 혼자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더 확보하려 했던 나의 모습, 나의 시간을 갖고 싶어서 아이에게 잠시 쉬자 하며 텔레비전을 보여주고 핸드폰으로 여러 일들을 하던 나의 모습, 일을 그만둔 후부터 일에 대한 열망을 가득했던 나의 모습.


진심으로 아이에게 미안했다. 어린이집에 있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늘 함께하는 엄마인데도 외로운 마음이 들게 하다니 정말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고마웠다.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엄마인 내게 말해줘서 너무나도 고마웠다. 나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아이에게 고마웠다.


다음날 아침, 나는 모든 걸 제쳐놓고 잠에서 깨어난 아이를 안고 아침 인사를 나눴다. 아이가 충분히 안겨 있고 싶을 때까지 안아주었다.


아이는 울지 않고 아침 소변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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