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담컨대 올해 여름은 '뜨겁다'라는 말보다 '따갑다'라는 말이 더 어울렸다. 고집스러울 만큼 매일 열기를 내뿜었던 하늘이었는데 요즘은 비를 종종 내리며 열기를 식히고 겨울을 준비하는 듯하다.
나 역시 계절이 바뀔 때면 부쩍 큰 아이의 옷들을 준비한다. 현재 가을옷은 이미 준비해서 요즘 열심히 입히고 있는 중이고 실내복은 올봄에 미리 구입했으니 굳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겨울에 입을 옷들이다.
슬슬 준비해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아이를 보육기관에 등원시킨 후 두 개의 유아옷 판매앱에 들어갔다. 굳이 두 개의 앱을 사용하는 건 같은 제품이더라도 어디서 사냐에 따라 결제 금액이 다르기 때문이다. 판매가는 물론 할인 혜택도 달라서 동일한 제품들을 구입한다 해도 결제 금액이 서로 다르다.
장바구니에 담아 할인 쿠폰을 적용해 봐야 해서 좀 시간이 걸린다는 단점이 있긴 하다. 처음에는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고 나 자신이 너무 억척스러워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두 개의 앱에서 할인 쿠폰을 적용한 최종 결제 금액을 확인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채소의 가격을 보며 고공행진 하는 물가를 체감하고 있으면서 여러 이유로 현재 아이를 누군가에게 맡기고 다시 일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열심히 땀 흘리며 벌어 온 남편의 월급을 최대한 합리적으로 사용하는 것뿐이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스스로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리고 아이에게 해주는 것이 맞을 때 돈 때문에 해주지 못하는 상황을 나는 마주치고 싶지가 않다. 최대한 아낄 수 있는 것들은 아껴서 정말 아이가 필요로 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모아두고 싶다.
미래의 일을 벌써부터 준비하냐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확실한 건 미리 준비해서 나쁠 게 전혀 없다는 것. 확실하게 준비하면 예상치 못한 상황이 오더라도 견뎌낼 단단한 힘이 생긴다는 이점이 있다. 나는 결혼 후 가정의 재정 관리를 맡게 되면서 여러 시점들을 다각도로 생각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는데 그러다 보니 돈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고 모으는데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로 인해 충분히 부담이 될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부모라면 누구든 아이가 원하는 걸 다 해주고 싶어 하지만 현재 가정의 상황도 고려해야 하기에 마음이 아프더라도 다 해 줄 수는 없다. 하지만 부모인 내가 미리 준비해서 해 줄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다면 마음이 아픈 것으로만 끝날 수 있을까?
최종 결재 금액을 두고 계산기를 두들겨보니 약 2여만 원의 차이가 있었다. 비록 몇 십만 원 차이가 나는 큰돈은 아니지만 돈을 모아본 사람들은 안다. 티끌 모아 태산이 된다는 이 진부하기 짝이 없는 속담이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하는 지를.
내년 봄에도 두 앱을 비교해 가며 아이의 옷을 구입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