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간의 등원 거부 소동

by 코코 COCO

지금도 아이의 첫 어린이집 등원 때를 생각하면 아찔하다. 남편과 함께 지인의 적극적인 추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만가지의 걱정을 안고 입소 상담을 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등원 적응기간 중 어느 날은 언니 오빠들 틈에서 활동하던 아이가 나를 보자마다 두 손을 내밀며 달려 나왔다. 그때 아이의 흔들림 없던 두 눈동자를 지금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회사 복직 전날에는 연장반까지 지낸 아이를 데리러 가야 했는데 를 보자 해맑게 웃며 뛰쳐나오는 아이를 보 눈물이 왈칵 기도 했다. 그렇게 아이와 나는 적응해 나갔다.


이제 아이는 어린이집 잘 간다.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며 등원하기도 하고 친구들과 함께 먹고 싶다며 과자를 직접 골라가기도 한다.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신나고 웃음이 가득하다. 요즘은 말도 많이 늘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도 해주고 선생님이 정말 좋고 많이 사랑한다는 고백도 스스럼없이 들려준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2024년 10월이 되었다. 국군의 날이 임시공휴일이 되었고 한글날을 맞이하여 남편과 함께 아이와 가까운 근교로 나가 신나게 놀았다. 그렇게 징검다리 휴일을 보냈고 다시 월요일이 찾아왔다. 그런데 신발을 신으려던 찰나에 아이가 돌연 눈물을 머금고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예전에도 한 번씩 월요일에 등원거부를 한 적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여느 때와 다름없을 거라 생각했고 아이를 안고 잘 달래주며 등원했다. 하원할 때 아이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춤을 추며 반에서 나왔고 알림장 속의 모습은 평소와 같았다. 그래서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등원 거부는 다음날도 또 그다음 날도 계속되었다. 시작점은 제각기 달랐다. 겉옷을 입으면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할 때도 있었고 과자를 먹으며 신나게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현관문이 닫히자마자 안 간다고 소리치며 울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눈물을 머금고도 안겨서 잘 가다가 길 한복판에서 온몸을 사용하며 등원 거부를 하기도 했다(이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담임 선생님은 나오셔서 아이를 달래시느라 정신없었고 그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엉망진창이 되었다. 도대체 가 문제인 것인지 머리를 쥐어짜도 답이 나오지 않았다.


어린이집에서 문제가 있는 건 결코 아니었다. 사진 속 아이의 모습은 여전히 해맑았고 하원 후 나에게 오는 아이의 모습 또한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아이가 말을 잘하게 된 후부터는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말해주는데 들어보면 분명 문제가 되는 상황은 없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하루는 정신없이 아이를 달래며 나오느라 가방을 집에 놔두고 나왔다. 아이를 먼저 어린이집에 데려다주고 가방을 챙겨 다시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울고 있을까 봐 걱정되는 마음이 가득했는데 막상 가보니 아이들이 간식 먹는 소리만 들릴 뿐 울음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이는 분명 진정된 상태였다.


분명 아이가 진정된 상태라는 걸 아는데도 '괜찮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게 부모 마음인가 보다. 쉽게 발이 옮겨지지가 않았다. 그런 내 마음을 선생님께서 아셨는지 내 손을 잡아주시며 걱정 마시라고 말씀해 주셨다. 분명 위로가 되었지만 사라지지 않는 심란한 마음에 맘카페에 들어가 '갑자기 등원 거부'라는 제목으로 검색을 해 보았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인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엄마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심지어 같은 개월수의 아이들이 여기저기서 갑자기 등원 거부를 한다는 내용의 글이었다. 각기 다른 년도의 글들이 동일한 고민을 안고 있었다. 하나하나 게시글을 열어 댓글까지 쭉 읽어보니 위로가 되었고 아이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알 수 있었다.


맘카페에 올린 글들로 인해 여러 논란이 생기기도 하지만 사실 이곳은 엄마들이 각종 고민을 들어주고 해결해 주는 비대면 공간이기도 하다. 특히 나와 같이 엄마 역할이 처음인 사람들은 아이의 작은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걱정하는데 선배 엄마들의 조언과 동일 개월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공감과 위로에 위안을 삼고 힘을 얻는다. 때때로 주변 사람들에게 터놓지 못하는 고민들도 편견 없이 들어주고 진심 어린 댓글로 응원해주기도 한다.

나 역시 이번에는 맘카페의 엄마들의 고민과 조언 그리고 위로의 댓글들이 큰 힘이 되었다. 등원 거부하는 아이와 진땀 빼는 나를 바라만 봐야 하는 남편의 걱정도 한시름 덜어주었다. 그렇게 우리 부부와 아이는 한고비를 넘어갔다.


한 주의 마지막날, 아이는 눈물을 찔끔 보이긴 했지만 드디어 울지 않고 등원하였고 담임 선생님뿐만 아니라 다른 반 선생님들 심지어 원장 선생님까지 나오셔서 아이를 반겨주고 칭찬해 주었다. 뿌듯해하는 아이의 표정을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다만 금요일이라 주말을 보내고 나면 다시 원상 복귀될 수도 있다는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역시나 주말을 보내고 월요일이 되자 다시 등원 거부가 시작된 아이, 하지만 나 역시 마음을 단단하게 먹고 흔들림 없이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이유를 말하며 진정될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했다. 아이는 울음을 바로 그치진 않았지만 나에게 안겼고 우리는 그렇게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날 나는 평소와 달리 '오늘 코 자고 어디가?'라는 아이의 질문에 아이가 좋아하는 만화 캐릭터가 사는 곳에 갈 거라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가려면 꼭 어린이집에 같이 다니는 친구들과 함께 가야 한다고 했다. 아이는 웃으며 좋아했다. 다음날 아이는 그 캐릭터가 사는 곳에 가려면 캐릭터와 비슷하게 입고 가야 한다며 분홍치마를 직접 골랐고 드디어 평소와 같이 킥보드를 타며 어린이집에 등원했다. 신나게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이 순간을 동영상으로 찍어 등원 시간마다 조마조마했을 남편에게도 보내주었다.

저녁에 또 내일은 어디 가냐고 물어보는 아이에게 이번에는 다른 캐릭터가 사는 집에 간다고 말했다. 신난다고 했던 아이는 자기 전 내게 '엄마 내가 내일 어디 가냐고 물어보면 어린이집 간다고 해야지'라고 속삭여주었다. 알 거 다 아는 아이의 마음을 읽게 되니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마음이 찡했다.

우리 부부는 5일 동안 많은 생각들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결론을 내렸다. 갑자기 시작되기 전 주에 중간중간 쉬는 날이 많으면 종종 등원 거부를 하는 아이들이 있다고 말씀해 주시던 선생님과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게 좋았나 봐요'라는 댓글에 마음을 두려고 한다. 아이가 그만큼 엄마 아빠를 사랑해 주고 있다는 것이기에 많이 고마워하려고 한다.


오늘도 아이는 킥보드와 함께 신나게 등원했다. 언제 그렇게 울면서 등원 거부를 했냐는 듯이. 선생님과 인사하고 내게 코를 찡긋하며 웃어주고는 바로 친구들이 있는 반으로 향하는 아이를 보며 나도 말없이 웃어주었다. 남편에게 연락해서 오늘도 잘 등원했다고 하니 박수를 쳐 주는 이모티콘 보내왔다.


이렇게 우리 부부와 아이는 한 뼘 더 성장였다.



이전 08화아이의 겨울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