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과학으로 풀어낸 책의 힘
최근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빌렸다. '독서의 뇌과학'이라는 책인데 '당신의 뇌를 재설계하는 책 읽기의 힘'으로 표기된 책 앞표면의 문구가 나를 아주 흐뭇하게 만들어 주었다. 많이 들어본 뇌과학자 정재승 교수의 추천도 있었다.
차분히 앉아 펼쳐든 책에서 중간중간 내 무의식 어딘가에 있을(그리고 짧디 짧은) 뇌에 대한 부위별 특징들이 설명될 때마다 긴장됐다. 그러나 다행히 저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줘서 금방 평온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주요 내용은 아무리 디지털 기기가 발달하고 생성형 AI가 힘을 얻는다 할지라도 우리의 뇌를 활성화시키고 발달시키고 회복시키는 데에는 '독서'만 한 게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 연구를 통한 상황별 뇌 활성화 상태를 근거로 제시하였다. 북러버로서 감동적인 결론이 아닐 수가 없다.
하지만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의 뇌의 활성도 결과였다. 연구진은 알려진 독서의 학습 효과에 따라 부모와 아이 모두 언어 관련 뇌가 가장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런데 모두 아니었다.
부모의 뇌는 '마음의 뇌'로 알려진 '배내측 전전두엽'이었고 아이의 뇌는 '감정의 뇌'로 알려진 '변연계'였다. 다시 말해 부모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줬을 때 얻을 수 있는 진정한 효과는 언어 능력 향상이 아니라 마음과 마음을 만나게 하고 안정감을 주는 것이었다.
딱딱하게 굴 것만 같았던 뇌가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에 온 힘을 쓰다니! 이 얼마나 낭만적인 모습인가? 그리고 중심에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책'은 또 얼마나 듬직한가?
'뇌' 또한 북러버임이 틀림없었다. 디지털 기기들로 자리가 위태로왔던 책들이 결코 없어져서는 안 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인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에게 지휘하는 뇌가 '종이 위에 글자들이 인쇄된 책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책과 뇌 활성화의 상관관계에 대한 내용들로 인해 '책'의 소중함에 대해 좀 더 객관적인 시선을 가질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나의 생각은 어디까지나 주관적일 뿐이다. 앞으로 더 많이 책을 사랑하고 읽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