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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말하기

말하며 책을 읽는 즐거움

by 코코

최근 읽은 책들을 통해 공통적으로 얻은 지식이 하나 있다. 말하면서 책을 읽으면 활성화되는 뇌 부위가 많아져 긍정적인 학습 효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생각한 적은 없었지만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그러한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바로 학창 시절 시험공부를 했을 때다.

늘 작심삼일이었던 노트정리를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나는 입으로 쉼 없이 교과서를 읽고 문제를 풀며 시험을 준비했다. 마치 내가 누군가에게 전달하고 가르쳐 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 학습 방법이 꽤 의미 있는 방법이었다는 걸 나중에 알게 되었긴 하나 뇌 활성화 관점에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최근 효과적인 책 읽기 활동에 대해 동서양(저자가 하버드 출신의 일본인이다 보니 일본과 미국을 중심으로 연구함)을 비교한 책을 읽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를 옆에 앉혀놓고 부모가 쉼 없이 읽어주는 책 읽기는 서로 간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서로 대화를 통해 아이가 적극적인 책 읽기 개입을 해야 부모가 통상적으로 기대하는 학습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아이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줬다. 그것이 북러버인 내가 가장 원하는 바이다. 하지만 동시에 아이의 학습 능력을 키우는 것에 대해 안일하게 생각할 수는 없는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가끔 아이가 책을 읽다가 궁금한 걸 물어볼 때가 있다는 게 떠올라 이번에는 내가 먼저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아이가 빌려달라고 부탁한 뽀로로 동화책을 읽어주던 날 자연스럽게 질문을 해봤다. 생각보다 아이는 대답을 잘했고 아이가 먼저 질문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를 잠깐 소개해보겠다.


"엄마, 로디는 맛있는 거 못 먹을 것 같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왜냐하면 로디는 입을 계속 다물고 있으니까."

뽀로로 시즌 8, 에피소드 5. 뽀로로와 친구들의 하루

로디(왼쪽)는 에디(오른쪽)가 만든 로봇이다. 그래서 뽀로로와 친구들이 먹는 음식들을 절대 먹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이의 눈에는 로디의 입이 늘 변함없이 다물고 있다는 걸 보며 '로디는 입을 벌리지 못한다'라고 생각했나 보다. 그리고 맛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없다는 결론을 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가 이유식을 하기 시작하면서 내가 많이 했던 말들 중 하나가 아이의 생각에 힘을 실어주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자, 우리 밥 먹자.'아' 해보세요, 아~"


아이가 아직 로봇에 대한 개념이 없어서 나온 생각이었지만 나름대로 근거를 가지고 생각을 했다는 게 정말 놀라웠다. 아이와 말을 주고받으며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런 대화를 할 기회가 있었을까? 사회적 관념과 경험적 편견으로 찌들어진 나의 뇌가 정화되는 순간이었다.


아이는 다행히 말하며 책을 읽는 과정을 즐거워했다. 앞으로도 대화를 나누며 책을 읽어봐야겠다. 아이의 학습 능력 향상도 향상이지만 북러버 대 북러버로 대화를 나누며 책을 읽는 순간이 더 기대된다. 아이의 재미난 발상이 팡팡 터질 수 있도록 지도해 줄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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