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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 살다 보니 불편한 점 #4

영국에서 겨울을 나며 배운 생존법

by 런브 Mar 0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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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겨울, 한국을 방문했다.


친정집 거실 맨 바닥에 등을 대고 누웠다. 등으로 전해져 오는 따뜻함의 온기는 너무 오랜만이라 눈을 지긋이 감고 몸안으로 들어오는 따듯함을 반겼다. 잠시 후 따뜻함이 뜨거움으로 전해서 몸의 방향을 틀어야 했지만 한국식 온돌이 최고임을 다시 느끼는 순간이었다. 


어르신들이 ‘등 따듯하면 최고지’라는 말을 실감했다.


처음 영국에서 겨울을 맞이했을 때, 나는 한국처럼 따뜻한 집을 기대했다. 카펫 생활을 하는 영국이기에 보일러를 틀면 바닥이 따뜻해지는 것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집 안 전체가 포근하겠지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카펫이었지만 카펫 밑에서 올라오는 써늘함이 느껴지고 실내 공기도 한국만큼 따뜻하지 않았다. 


라디에이터라는 생소한 난방 시스템이 집 안 곳곳에 있었지만, 실내화를 신고 가디건을 걸쳐야 했다. 

라디에이터가 기능은 빨래 말릴 때 사용하기 최적이지만 집 전체의 온기를 전해주기에는 턱없이 허술했다. 

영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오래된 집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직접 살아보니 그 불편함이 피부로 와닿았다.


영국에서는 80년, 100년 된 집이 흔하고, 특히 오래된 집일수록 단열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영국집들은 벽이 두껍고, 창문이 커서 멋스러웠지만, 겨울이 되자 문제가 생겼다. 창문 틈새로 찬바람이 스며들어 커튼이 살짝 흔들릴 정도였고, 라디에이터를 틀어도 거실 한쪽은 여전히 싸늘했다.


집을 사서 이사하면서 돈이 많이 들어도 해야 했던 부분이 있다. 카펫을 뜯어내고, 바닥에 온돌을 까는 일이었다. 

그리고 난방 효과를 높이기 위해 모든 창문을 이중창으로 바꿨다. 완벽한 한국식 뜨근뜨근한 온돌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거실에서 양말 없이 다닐 수 있을 정도의 따뜻함은 유지할 수 있었고, 창문을 바꾼 후에는 바람이 덜 들어오고, 난방비도 절약하는 효과를 얻었다.


영국 대부분의 집에서는 중앙 난방(라디에이터) 시스템을 사용한다. 보일러가 뜨거운 물을 데워서 각 방의 라디에이터로 보내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난방 시스템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다.바닥 난방이 아니라 공기 난방이라서 바닥은 여전히 차갑다. 그래서 카페을 여전히 고수하는 집들도 많다. 라디에이터가 있는 공간만 따뜻해지고, 방이 커지면 난방 효과가 떨어진다.난방비가 비싸기 때문에 일정 시간만 가동하는 경우가 많다.카펫이 깔려 있지 않은 집이라면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오는 것을 막기 위해 러그를 깔기도 한다.


영국에서 몇 번의 겨울을 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기장판이었다.


영국에서도 전기장판을 구할 수 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제품이 더 따뜻하고 만족스러웠다. 

침대 위에 전기장판을 깔아두면, 적어도 밤에는 따뜻하게 잘 수 있다. 전기 장판도 구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 핫팩을 만들어 이불속에 넣고 자는 방법이 있다.


이런방법 저런방법을 터득하고 실내에서도 따뜻한 옷을 입는 습관이 생겼다. 한국에서는 난방이 잘 되어서 겨울에도 반팔로 지낼 수 있었지만, 영국에서는 긴팔은 필수이고 플리스 자켓,무릎 담요, 따뜻한 슬리퍼, 핫팩도 겨울 필수템이 되었다. 거기에 따뜻한 차 한 잔을 곁들인다면 겨울을 나는 방법으로 최종 종결된다.


한국처럼 등을 지질 수 있는 온돌이 없어도, 영국식 겨울을 견디는 방법을 찾은 것이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곳에서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는 법을 터득한 지금, 나는 더 이상 추위를 걱정하기보다는이 환경 속에서 편안함을 만들어가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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