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앓다 낫거나 죽거나
영국의 병원, 국민보건서비스(NHS)는 무료 의료 시스템이다. 의료비용을 지불 하지 않고 병원 이용을 한다.
어떤 질병이나 사고 또는 CT 촬영이나 MRI 촬영, 출산, 암 치료와 수술 등 모두 NHS의 혜택을 통해 제공된다. 환자는 진료를 받을 때 비용 걱정 없이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모두가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는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되었으며, 이는 영국 사회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로 여겨진다.
하지만 좋다고 할만하기에는 예약 시스템이 너무너무 느리고 복잡하다. 무료라고 마냥 좋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만큼 병원도 잘 되어 있는 곳도 없는 거 같다. 한국은 조금만 앗! 소리에 어디든 달려갈 수 있는 병원이 많다.
선택해서 갈 수 있는 병원에 의료시스템은 빠르기까지 하다.
반면 영국에서 병원 예약은 몇 주 또는 몇 달씩 대기해야 한다. 병원도 많이 없기에 선택도 어렵다. 심각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이 앓아야 한다. 급하고 심각한 환자들이 먼저이다. 한인들 사이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앓다가 낫거나 아니면 죽거나' 라고 말한다.
영국에서 병원 가는 법은 첫 번째 방법은 GP(일반의)에 등록하고 예약이 필수이다.
한국과 달리 영국에서는 GP를 거쳐야만 전문의 진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예약이 너무 어려워서 아픈 상태에서도 몇 주를 기다려야 하는 일이 흔하다. 결국 가벼운 병은 그냥 참거나 셀프 치료를 선택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에는 온라인으로 초기 증상을 직접 작성하고 심각할 경우만 대면 진료가 가능하니 때로는 환장할 노릇이다.
응급이 아닌 경우, 진료받기까지 한 달 이상 걸릴 수도 있어서 가벼운 병이면 약국(Pharmacy)에서 해결하고 GP 예약이 어려우니 의료보험 비용을 매월 지불하고 사립병원(Private Clinic)을 이용하기도 한다.
GP 예약이 어려운 현실 속에서 약국(Pharmacy) 활용하기도 한다. 가벼운 질환은 NHS를 거치지 않고 약국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 약사는 간단한 상담 후 약을 추천해 줄 수 있으며, 한국처럼 의사 처방 없이 살 수 있는 약이 많다. 하지만 항생제 같은 강한 약은 의사의 처방전이 꼭 필요하다.
영국의 응급실(A&E, Accident & Emergency)은 정말 급한 경우에만 가야 한다.
왜냐하면 대기 시간이 너무 길기 때문이다. 응급이 아닌 경우 몇 시간에서 하루 종일 또는 늦게 가면 밤새 기다릴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 아이가 열이 나거나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당연 가야 하지만, 몇 번 경험하고 나니 응급실 방문 전, 온갖 짐을 챙겨 가게 된다.
딸이 어렸을 때 응급실을 자주 다녔다. 몸이 약해서 열이 나기 시작하면 한 번씩 기절을 했다. 흔히 말하는 경기를 했더랬다. 영국 병원에서는 아이들은 따로 진료를 보기에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래도 몇 시간씩 기다려야만 했다.
응급실(A&E)에 자주 갔었던 경험 덕분에 그 후로는 온갖 짐을 준비해서 만만의 준비를 하고 간다.
핸드폰 충전기, 아이 먹거리, 작은 담요, 편하게 갈아입을 옷까지.
응급실까지 갈 정도로 아프다면,
주사 한대 기대할 수 있을까?
하지만 영국에서는 웬만한 경우 주사를 맞는 일이 거의 없다. 감기에 걸려도 주사를 놓지 않으며, 피곤해서 맞는 비타민 주사 같은 것도 상상할 수 없다. 심지어 응급실에서조차 주사 치료를 받기는 쉽지 않다. 한국에서는 응급실에서 고열이나 탈진 증상을 보이면 링거라도 맞을 수 있지만, 영국에서는 기본적인 검사 후 해열제 처방이 전부인 경우가 많다. 주사를 맞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내려지기까지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처럼 영국은 주사를 주는 일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영국 NHS가 무료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진료를 받기가 너무 어려워 결국 많은 사람들이 비싼 비용을 감수하고 사설 병원을 이용하거나 그냥 끙끙 앓는 것이 현실이다. GP 예약이 어렵고, 응급실 대기 시간이 길다는 것을 각오하고 기다리거나 아니면 한국에서 기본적인 상비약을 챙겨서 오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영국에서 오래 살았지만 나이가 들어 병원을 자주 찾는 나이가 되면 다들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유를 나는 한 해 거듭될수록 서서히 실감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