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에 학교 전화번호가 뜨면 긴장이 된다.
주로 축구를 하다가 다쳤다는 전화가 흔해서 또 어딜 다쳤나 싶어 전화가 울릴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머리를 다쳐 학교 간호실에 누워 있다는 전화가 오면 급히 학교로 달려가고, 축구하다가 넘어져 어깨가 탈구되었다고 하면 응급실로 뛰어간 적도 있었다. 어느 날은 오른쪽 허리에 멍이 시퍼렇게 들어서 오는 모습을 보면 내 가슴에 멍이 든 거 같아 마음이 저려온다. 무릎이 까지고 상처투성이인 다리에 약을 바르며 "조심하라"는 말을 습관처럼 반복하게 된다. 하지만 아들은 다친 아픔보다는 혹여나 다음날 축구를 하지 못할까 봐 더 걱정을 하는 눈치다.
부모의 이런 걱정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까진 무릎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점심시간에 밥을 대충 먹고 운동장에서 뛰며 공을 차는 것을 보면 더 큰 즐거움이 숨어 있는 듯하다. 얼마나 신나게 뛰고 또 뛰는지, 새 신발도 반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너덜너덜해진다. 비가 오는 날이면 진흙투성이가 된 채 집으로 돌아오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무언가 특별한 가치를 발견하게 된다.
영국 학교에서는 스포츠 별로 팀을 정하여 매주 일주일에 2번씩 학교끼리 매치가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다른 학교와 경기를 하러 몇 시간을 이동하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 번거로워 보이지만, 아이들은 이러한 활동을 진심으로 즐긴다.
매치가 있는 날이면 부모들이 가끔 응원하러 오며 아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도 한다. 아들의 경기를 보러 몇 번 가 보니 아이들이 배우는 것은 단순히 경기 기술만이 아니었다. 매치에서 상대팀을 이기면 승리 앞에서 기쁨을 누리지만 겸손함을 배우고, 패배의 아쉬움을 받아들이며 상대를 축하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홈그라운드 학교에서 준비한 샌드위치와 음료수를 함께 나누며 서로 소통하는 법과 팀워크의 중요성을 느끼며 배움을 보았다. 이러한 순간들이 모여 아이들의 인성을 형성하는 것이 아닐까.
부모의 걱정과 염려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의 얼굴에는 스포츠를 통한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먼 길을 달려 다른 학교와 경기를 하는 것이 번거로워 보일지라도, 아이들은 이 모든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아이들 또한 이러한 배움을 통해서 이기고 지는 기쁨이 넘어지고 다치는 아픔보다 더 크기에 즐기려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영국 학교의 인성 교육은 교실에서 이론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흡수된다. 그래서인지 영국은 스포츠를 단순히 신체 단련의 수단으로만 보지 않고 교육 과정의 핵심으로 여긴다. 나 역시 이 철학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진정한 배움은 책상 앞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다. 몸을 움직이며 생각하고 직접 부딪히는 순간 속에서 두뇌는 더 활발하게 움직이고, 그 과정에서 더 깊고 생생한 배움이 가능해진다. 영국이 아이들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권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스포츠는 아이들의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적, 사회적 발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포츠를 통해 협동심, 리더십,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기를 수 있으며, 이는 전인적 성장에 기여한다.
물론 부모 입장에서 부상의 위험이 걱정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그 걱정을 이겨내고 아이가 경험하는 삶의 가치는 그 어떤 교실의 가르침보다 귀하고 값지다는 것을 아이를 통해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