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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나 May 31. 2024

에필로그

나는 과연 살아남았는가

  처음 브런치를 시작하고 이런저런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주로 회사에서 겪은 경험들을 바탕으로 소수의 누군가(특히 여성들)라도 내 글을 읽고 자신들이 힘들어하는 여러 가지 에피소드들이 자신만 겪는 것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비일비재 일어나는 것이니 너무 상처받지 말고 힘든 시간을 짧게, 잘 넘기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내가 뭐라고?라는 생각이 불쑥불쑥 들지만 오히려 나만 이렇게 그지 같은 곳에 있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자각은 나의 멘탈 안정을 유지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으므로, 남들에게도 그러길 바라는 마음)


  하지만 점점 글을 쓰면서 여러 가지로 자기 검열이 심화되면서 회사에서 내가 겪은 에피소드들을 날 것 그대로 꺼내 놓기가 어려워졌고, 아직 나 자신이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 괴로웠던 에피소드들을 구체적으로 꺼내 놓는 것이 힘들기도 해서 조금 거리를 두고 있었던 것 같다.


  어딘가에서 사람들이 번아웃을 극복하는데 평균적으로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는 통계를 보았는데, 당연히 개인차와 다른 요소들의 영향에 따라 그 기간은 달라질 것이고 나의 경우엔 거의 1년 반 정도가 걸렸던 것 같다.(물론 지금도 완전히 벗어났다고 장담할 순 없다) 엿튼 그동안 이것저것 끄적였던 글들이 내 안을 들여다보며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사람)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구체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고, 이제야 처음에 내가 막연히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일개 대기업의 고용노동인에 불과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나와 비슷한 상황의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위안을 얻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중요한 건 ‘대부분의 문제에 우리의 잘못은 없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시스템의 결함에 의해 생겨난 것으로 이상한 사람들에 의한 왜곡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인간관계에서도 너무 상처받지 말자. 누군가에게 또 가장 중요하게는 ‘나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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