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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Dec 21. 2023

안물안궁

길림사범대학교

브런치에 글을 올리다 보니, 독자들이 제 소식을 궁금해할 것 같다는 착각을 하곤 합니다. 물론 혼자 생각이겠지만 그래도 소식 올려봅니다.


2015년에 중국 교육부에서, 외국 우수 대학과의 학과공동운영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지금도 그런 프로그램이 있는지는 잘 모르지만, 당시 중국 길림사범대학교에서 저희 대학 유아교육과에 학과공동운영을 제안했습니다. 이후 길림사범대학교에서 학과를 신설했고, 2016년부터 지금까지 저희 대학과 길림사대의 유아교육과 교수들이 공동으로 학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정규학과이긴 하지만, 학기 중에는 우리 교수들이 방중 하기 곤란하기 때문에, 중국교수들은 학기 중에, 그리고 한국교수들은 중간고사기간과 기말고사 기간을 이용하여 강의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서 10일 정도에 걸쳐 한 과목을 하루 종일 강의하면, 1학기 강의시수를 채울 수 있기 때문에, 저희는 한 과목을 며칠 동안 계속 강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교육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시행하는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다행히 그동안 몇 차례의 평가에서 우수한 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작년엔 2030년까지 (평가 없이)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장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길림사범대학교에서 강의 중 (2023년 12월 14일)


중국에서 강의한다고 하면, “중국어로 해요?”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합니다. 통역선생님이 있습니다. 중국에서 살았던 기간이 적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여태 생존중국어밖에 하지 못하는 이유도, 통역선생님이 일상통역까지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저는... 생존중국어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의 중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지금은 낯선 곳도 혼자 씩씩하게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읽기는 조금 많이(?) 가능합니다. 통역선생님이 없어도 강의실에서 이런저런 짧은 대화도 가능합니다. 생존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중국학생들이 있어서 강의실 안에서는 서로 부족한 점을 보충해 가며 의사소통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참 안 늘더군요, 중국어!

생존중국어보다 조금 높은 수준이라고 해봐야, 여전히 생존중국어 수준입니다.


한 중국 학생이 자신의 위쳇(SNS)에 올린 동영상 캡처 (2023년 12월 20일)


안물안궁 이야기를 하나 더 해보겠습니다. 제 이름은 최연철(崔然喆)입니다. 자연(自然)의 연(然) 자와, 길(吉) 자가 두 개 있어서 쌍길 철(喆)이라고 부르는 글자로 되어 있습니다. 작고하신 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인데, 자연스럽게(然) 좋은 일(吉)이 많이(喆)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은 이름입니다.

그런데 제가 길림(吉林) 사범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생각해 보니까, 이름이 다르게 해석되더군요. 저는 여름에 한 번, 겨울에 한 번 그렇게 두 번 길림에 갑니다. 그러니까 자연스럽게(然) 길림(吉)에 두 번(喆) 가는 셈입니다. 그렇게 될 걸 우리 아버님이 어떻게 미리 아셨지?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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