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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Dec 31. 2023

분수는 수학시간에 배우는 걸까? 아니면 국어시간?

말놀이로 시작해보세요 (5)

저는 아재개그를 참 좋아합니다. 수업시간에 “오송으로 오송” “보령으로 와보령”과 같은 아재개그를 하면, 학생들이 일단은 웃습니다. 그런데 그다음엔 얼굴빛이 좋지 않습니다. 마스크 ‘꼭끼오’나 옷이 작아서 ‘꼭끼오’와 같이 유치한 아재개그를 듣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는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웃어버렸다는 것 때문에 화가 나는 겁니다.     

고양이 고향은 고양” 같이 흔해 빠진 아재개그는 물론 유치합니다. (제가  만든 거니까 유치한 것 일수도!) 그런데 그 유치한 아재개그, 만들기는 쉽지 않습니다. “야, 왜 안 와?” “곧감.” 이런 대화야말로 언어적 순발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렇다고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아재개그를 일상화해야겠다는 굳은 결심(?)을 가지고 있다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조화?” “응, 좋아!” (찜질방에서 조화를 바라보며 아내와 제가 나눈 대화)

“화내?” “응, 환해졌어.” (약간의 의견충돌이 있었던 새벽 동틀 무렵, 아내와 제가 나눈 대화)

“졌다!” “그래, 해가 지네.” (운동 경기를 보던 저와 바깥 풍경을 보던 아내와의 대화)

    

(같은 내용이 인터넷에 있을 수도 있지만) 아내와 제가 실제로 나눈 대화 가운데 일부입니다. 저라고 이런 유치한 내용을 여기에 싣고 싶었을까요? (말이 되든 안 되든) 누구나 아재개그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용기를 내보았습니다. 의도치 않게 아재개그가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게임하다가 문 3개 닫고 오는 벌칙에 걸렸는데 문을 세게(3개) 닫고 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이미숙 선생님 학급 진수).   

        

아재개그는 말놀이(또는 말장난)의 일종입니다. 영화와 드라마에는 그런 대화가 정말 많이 나옵니다. 미국 장교가 갓을 보고 “이게 뭐냐?”라고 묻습니다. ‘갓’이라고 알려주자 미국장교는 “오, 마이 갓(God)!”이라고 말하면서 그럼 조선인들은 언제나 신과 함께 하고 있는 거냐고 다시 묻습니다.      


미스터 션샤인 4회 방영분의 한 장면


(많이 알려진 대사이긴 하지만) 다른 경찰은 없느냐는 의미로 “혼자야?”라고 묻자 “응, 아직 싱글이야”(범죄도시, 2017년, 강윤성 감독)라는 식으로 대답한다면 재미있지 않나요?

 

영화, '범죄도시'의 한 장면


한 가지 예만 더 들어보겠습니다. 조금 수준 높은 말놀이입니다. (범죄) 수익 배분이 잘못되었다면서 “니 학교 다닐 때 산수 시간에 분수 안 배웠제? 분수!”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상대방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건 국어시간에 배우는 거 아이가? 자기 분수를 알자!”(마약왕, 2017년, 우민호 감독)         


물론 유아들과 아재개그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언어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학습지 형태의 한글 공부, 단어 공부에 투자하지 말고, 말놀이를 통해 언어적 상상력을 길러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마약왕 (The Drug King, 2017, 우민호 감독)

미스터 션샤인 (tvN 드라마 토, 일 24부작, 2018.7.7.~9.30) (4회 방영분)

범죄도시(The Outlaws, 2017년, 강윤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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