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연철 Jan 01. 2024

알아야 통하는 아재개그

말놀이로 시작해보세요 (6)

아재개그는 발음이 동일하거나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단어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러시아워!”라고 말했는데 “러시아어?”라고 받는 경우가 그렇습니다. 화자가 말한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재생산해내면서 웃음을 유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이름이 “러시아워”인 친구가 미끄럼틀을 탔는데, 엉뚱하게도 “러시아어”라고 부르는 친구가 내려온 것입니다. 그러니까 어찌 웃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웃고 나서 (어처구니없는 말에 웃었다는 생각 때문에) 기분이 언짢아질지언정!     


외국어로 아재개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만 5세 반에서 ‘다’자로 시작하는 단어를 찾는 놀이를 하다가 한 아이가 ‘다이아몬드’라고 말하니까 다른 아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하더군요. “선생님! 아몬드가 죽었어요(Die Amond).” 깜짝 놀랐습니다. ‘아! 아이들과 말놀이를 계속해온 보람이 있군!’ 혼자 뿌듯했습니다. ‘만 5세 아이가 언어를 넘나드는 아재개그를 구사하다니!’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저만 모르고 다들 이미 알고 있는 말이더군요.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말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그 아이도 어디에선가 들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그래도 좋습니다.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다이아몬드’라는 단어가 나왔을 때 바로 사용하는 것, 그것도 훌륭합니다.

     

우리말과 외국어를 결합하여 아재개그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음은 주니토니의 ‘절대 들으면 안 되는 노래’ 가사 가운데 일부입니다.

    

사과 한 입 먹으면 파인 파인애플

사과 한 입 먹으면 파인 파인애플

한 입 베어 먹었으니 푹 파인 애플

사과 한 입 먹으면 파인 파인애플     


아재개그도 놀이인지라 놀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함께 해야’ 또는 ‘함께 할 수 있어야’ 놀이다워집니다. “‘오메’가 사투리야?” “오메가 시계야?” “오메가 쓰리야?”라는 아재개그를 이해할 수 있으려면 ‘오메’로 시작하는 사투리, 시계, 건강 보조제를 모두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같이 놀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성인의 눈높이에 맞춘 아재개그와 아이들 수준에 맞는 아재(?)개그는 서로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림책, ‘고구마구마’의 표지

     

그림책에서도 아재(?)개그를 사용하곤 합니다. ‘고구마’의 ‘구마’를 활용하여 “참 다르게 생겼구마(사이다, 2017)”라고 말하거나, 충청도 사투리가 “∼(해)유”로 끝난다는 점에 착안하여 “모두 손을 잡아유!(사이다, 2021)”라고 말한다면 재미있지 않나요?    

 

그림책, ‘이 상한 도서관장의 이상한 도서관’의 표지

     

띄어쓰기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는 점을 활용한 그림책도 있습니다. ‘이 상한 도서관장의 이상한 도서관’ (윤여림, 이나래, 2019)의 관장인 토끼는 실제로(?) 이가 상했습니다. 부제도 재미있습니다. “떼었다, 붙였다! 재미있는 띄어쓰기 그림책!”입니다. 매일 이 상한 것만 보는 사람은 치과의사인 거 아시죠!      




사이다(2017). 고구마구마. 서울: 반달(킨더랜드).

사이다(2021). 고구마유. 서울: 반달(킨더랜드).

윤여림 글, 이나래 그림(2019). 이 상한 도서관장의 이상한 도서관. 서울: 천개의바람.

이전 14화 분수는 수학시간에 배우는 걸까? 아니면 국어시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