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연철 Jan 03. 2024

언어유희일까? 말놀이일까?

말놀이로 시작해보세요 (8)

뒤늦게나마 개념 구분을 해보려고 합니다. 앞에서는 아재개그, 말놀이, 말장난, 언어유희라는 말이 마치 같은 의미인 것처럼 제 멋대로 혼용해서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그 단어들은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표준국어대사전의 사전적인 정의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언어유희

1. 말이나 글자를 소재로 하는 놀이. 말 잇기 놀이, 어려운 말 외우기, 새말 만들기 따위가 있다.

2. 내용 없는 미사여구나 현학적인 말을 늘어놓는 일     


말놀이

말을 주고받으며 즐기는 놀이. 새말 짓기, 끝말잇기, 소리 내기 힘든 말 외우기 따위가 있다. 

    

말장난

1. 말을 주고받으며 즐기는 일.

2. 실속이나 내용이 없이 쓸데없는 말을 그럴듯하게 엮어 늘어놓음.   

  

아재개그

아저씨를 의미하는 '아재'와 '개그'가 합쳐진 말. 재미없는 말장난, 언어유희, 유행에 뒤처진 개그를 의미하는 데에서 생겨난 말.

(‘아재개그’의 정의는 <우리말샘>에서 가져왔습니다. )     


전공분야가 아니라서 학문적인 논의를 펼칠 수 있는 식견을 가지고 있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언어유희’가 나머지 세 가지를 모두 포괄할 수 있는 용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말놀이’를 대표 용어로 사용한 이유는, ‘언어유희’라는 말이 담고 있는 의미가 너무 무겁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 정의와는 다르게, 제가 생각하는 언어유희는, 낯선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시적 언어를 통해 현상의 본질을 드러내고,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애써 언어로 표현하고,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것을 가시화하는 그 모든 과정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언어유희 대신 말놀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입니다. (‘이상한 나라 앨리스’의 예를 들면서 언어유희라는 말을 사용한 이유는, 그 원고에서는 나머지 용어가 모두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실제로 활용하는 ‘말놀이’가, 사전적 의미의 ‘말놀이’에 가장 가깝다는 점이, 또 다른 이유였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는 단어와 관련된 말놀이를 많이 합니다. (앞에서) 말놀이를 통해 언어유희를 즐기면 좋겠다고 말씀드렸는데, 사실 단어를 활용하는 말놀이만으로는, 언어유희를 경험하긴 어렵습니다. 단어 ‘말놀이’는 어휘를 늘리는데 주된 목적이 있는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본격적인 언어유희는 단어 ‘말놀이’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어 ‘말놀이’를 통해 언어유희의 기본기를 확실하게 다질 수 있습니다. 

    

단어를 많이 아는 것이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저는 모든 아이들이, 능숙하게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이야기꾼’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건 탄탄한 어휘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아이들 나름대로의 언어유희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그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서라도 역시 풍부한 어휘력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시인의 언어유희를 부러워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런 ‘진지한’ 언어유희는 독자들에게 즐거움을 주지만 시인 자신에게는 뼈를 깎는 고통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고통이 다름 아닌 행복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아이들 수준에서의 언어유희면 충분합니다. 그러려면 어휘력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다음 글부터는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단어를 활용하는 다양한 '말놀이’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이전 16화 언어유희는 각자의 모국어에서만 이해 가능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