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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Dec 03. 2023

고민 많은 사람들

한글 공부, 절대로 시키지 마세요 (3)

만 3세 아이도 읽고 쓰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게 가능하다는 걸 학부모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유아교육 현장에서는 부모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을 펼치고 있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는 한글 공부에 별 관심이 없습니다. 아이들은 이미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유아교육과정에서는, 오래전부터 "읽기 쓰기에 관심 가지기" 정도에만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리과정이 시행된 이후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여전히 "읽기와 쓰기에 관심을 가진다."입니다.


유아교육기관에 다니는 모든 아이들이 읽고 쓰기를 할 줄 아는 건 아닙니다. 사교육과 학습지를 통해 일찍부터 한글 읽기 쓰기를 할 줄 알게 된 아이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여전히 많습니다. 특히 코로나 기간을 거치면서 격차가 심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읽고 쓸 줄 아는 5세 유아가 많았는데, 2023년 현재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읽기와 쓰기를 못하는 5세 유아가 참 많더군요. 그러니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학부모들은 더욱 애가 탈 수밖에 없습니다. 유아교육기관에서 읽고 쓰기를 가르쳐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으니까 말입니다.


학부모들만 고민이 많을까요? 유아교사들도 갈등이 많습니다. 학부모들이 한글 공부를 요구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자기가 가르친 아이들이 초등학교에서도 유능한 아이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아교육과정에서는 한글 공부를 하지 말라고 규정하고 있어도, 학급 아이들에게 한글 공부 학습지를 시키는 교사들도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자기 합리화를 하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정당화를 해도 한편으로는 개운하지 않습니다. 교육과정에 따르는 건 아니기 때문입니다.


영화, '인어공주'에서 진국이 연순을 위해 ‘학습지’를 만드는 장면


유아교사만 그럴까요? 각 시도교육청에서도 고민이 많습니다. 유치원에서는 놀이를 강조하는데, 초등학교에서는 기초학력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을 연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고 커다란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명칭이 통일되어 있는 건 아니지만) ‘이음’이라는 용어로 연계사업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와 ‘기초학력’ 사이에 있는 틈을 메우는 건 여전히 쉽지 않아 보입니다.     


교육부가 나서기도 했습니다. 교육부에서는 2017년부터 한글책임교육제라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을 통해 우리나라 모든 초등학교 1학년 아동이 한글을 해독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집중 지원하겠다는 정책입니다. 유아교육기관 입장에서 보면 정말 반가운 소식입니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는 아이가 한글을 모르는 건 당연하다는 전제하에 이루어진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무리한 한글 선행학습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마나 다행입니까?


교육부(2017). 초등학교 국어 1–1 (가). 서울: 미래엔. (14쪽)


그런데도 부모들은 여전히 불안해합니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한글을 ‘떼’길 원하는 마음은 여전합니다. 시쳇말로 유아교육기관에 보내기 전부터 대학 입학 걱정을 해야 하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한 현실을 생각해 보면 부모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됩니다. 당연히 부모님 편에 서고 싶습니다. 유아들에게 글자 공부를 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가운데, 자기 자녀만큼은 일찌감치 미국 유학을 보낸 이들도 있으니, 정말 죄송한 마음까지 듭니다.    

 

사정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아교육기관은 왜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걸까요?




교육부(2017). 초등학교 국어 1–1 (가). 서울: 미래엔.

인어공주 (My Mother The Mermaid, 2004년, 박흥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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