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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Feb 04. 2024

사건 순서 바꿔보기

사건만 나열하는 이야기는 어떤가요? (3)

(어제 글에 이어서...)


둘째, 사건의 순서를 바꿔보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사건의 순서를 살짝만 바꿔도 이야기가 재미있어질 수 있습니다. 사건의 순서대로 진행하는 작품의 대표적인 예로 다큐멘터리를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소설이나 극영화와 비교했을 때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이나 극영화에 비해, 시간 순서대로 전개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을 뿐입니다. 


다큐멘터리도, 도입 부분에서 하이라이트를 미리 보여주는 경우도 많고(예:, EBS1의 세계테마기행), 결말부터 미리 보여주고 시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2014년, 진모영 감독)’에서는 먼저 세상을 떠난 할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서럽게 우는 할머니의 모습으로 시작합니다. 


도입 부분에서만 그런 건 아닙니다. 보충 설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이야기하다 말고 플래시백의 형태로 과거로 돌아가서, 주석을 달기도 합니다. 


최연철, 2024. 2. 12 (Prompt Search로 그림)


이런 식의 비선형적인 구성은 이야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습니다. 비선형적 구성은, A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뜬금없이 B라는 이야기를 하다가 또다시 또 A 이야기로 돌아오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인터넷에서 기사를 검색하는 과정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검색과정에서, 건너뛰고 건너뛰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처음에 관심을 가졌던 주제가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인터넷의 정보가 하이퍼텍스트 방식이라는 비선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아이들 이야기의 건너뜀은 비선형적 건너뜀은 아닙니다. 어쩌다 비선형적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특히 나이가 어린 경우) 설명을 위한 삽입의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고, 의도적으로 그런 구성을 취하진 않습니다. 


딴 이야기를 하다가, ‘아차,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야지!’라면서 주된 이야기로 돌아간다기보다는, 그냥 딴 이야기로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점을 잘 활용하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가 한편으로는 ‘시간 순서대로 나열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건너뛰기도 한다’는 점을 고려하여 그 건너뜀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습니다. 그러면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My Love, Dont Cross That River, 2014년, 진모영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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