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연철 Feb 05. 2024

이야기에 일관된 주제가 담겨 있는지 살펴보기

 사건만 나열하는 이야기는 어떤가요? (4)

(어제 글에 이어서...)


셋째, 이야기에 일관된 주제가 담겨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나열식 이야기에서는 일관된 주제를 담기 어렵습니다. 말 그대로, 늘어놓기만 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좋습니다. 아무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주제가 있는 이야기로 전개되는 것을 바란다면 제목을 정하는 것부터 시작하면 좋습니다. 사실 제목을 정하는 것 자체가 이야기 만들기입니다. 제목 정하기, 쉽지 않습니다.


좋은 제목을 만드는 길은 첩.첩.산.중.입니다. ① 첫눈에 눈길을 끌고 ② 소설 내용이 뻔히 보이는 것 말고 ③ 무릎을 탁 치게 만들 뜻이 숨어 있으면 좋고 ④ 부르기 좋고, 검색이 쉽고 ⑤ 본문과 어울려야 한다고 ([장강명 칼럼] 제목 정하기 <월간 채널예스> 2020년 11월호) 하더군요.


제목을 정했다고 하더라도 제목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가 펼쳐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가끔 제목을 상기시켜 주면 조금씩 제목에 맞추어서 되돌아오곤 합니다. 


주제와 더불어 주인공에 대해서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아이들 이야기에서는 주인공도 수시로 바뀝니다. 주인공이 바뀌다 보니 일관성 있는 주제를 유지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 누구인지 가끔 확인해 보는 질문을 던지는 것도 유용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이야기에 제목을 붙이는 것도 좋지만 평소에 제목 짓기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사진을 찍고 제목 붙이거나 사진에 이야기를 담거나 사진의 내용을 동시로 표현해 볼 수도 있습니다. 디카시라는 활동, 즉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시를 짓는 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도 있더군요. 


아이들이 직접 찍은 사진에는, 이미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주제에서 잘 벗어나지 않습니다. 주제에서 벗어나더라도 바로 다시 돌아옵니다. 바로 그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다음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넷째, 특별한 사건을 넣는 걸 고려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이야기 속 주인공 일상은 다소 균열이 생겨도 좋습니다. 아니, 그래야 재미도 있고 대리만족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에 살짝 특별한 사건을 넣어도 좋습니다. 


최연철, 2024. 2. 12 (Playground로 그림)


그 특별한 사건이 언제, 어디에서 일어나느냐에 따라 사건의 의미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호랑이를 아파트 단지에서 만나는 것과 숲 속에서 마주치는 것은 매우 다릅니다. 이후의 이야기가 전혀 다르게 펼쳐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러한) 행위가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인과관계로 인해 일어난다면, 그 효과는 극대화된다. 그러한 행위가 저절로 또는 우연히 일어났을 때보다도 놀라움이 더 커진다. 우연히 일어났다고 해도 의도적으로 일어난 것처럼 보이면 놀라움은 극대화된다(Aristoteles, 2021: 38쪽).


특별한 사건을 넣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에 넣는 가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교사와 부모가 사건을 넣을 적당한 공간을 찾아서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특별한 사건을, 최적의 시간과 장소에 넣었으면 좋겠다는 것은, 그저 바람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런 바람을 잊지 않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기회가 생겼을 때 그 순간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섯째, 접속사의 사용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접속사는 문장이 매끄럽게 흐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접속사가 오히려 읽기의 흐름을 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가능하면 접속사를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라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제 글에도 접속사가 차-암 많네요!) 


아이들 이야기에서는 어떤가요?  아이들의 사건나열식 이야기에서는 특히 접속사가 많습니다. 접속사를 모두 빼도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들 이야기에는 접속사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말’로 이야기하다 보니까 추임새 같은 게 필요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생각할 시간을 벌기 위한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박수미 선생님 생각). 만약 그렇다면 그냥 단순한 언어 습관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접속사를 계기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도 있습니다. 앞에서와는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질 경우 예고라도 해주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접속사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장면전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지 않을 경우, 장면전환을 예고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일 수도 있습니다. 접속사를 사용하는 다양한 맥락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가능하다면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이것 역시 그냥 바람일 뿐입니다. 




Aristoteles(2021).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박문재 역). 파주: 현대지성.

이전 22화 사건 순서 바꿔보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