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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Feb 29. 2024

이야기발달단계는 펜로즈 계단

이야기 구조를 익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1)

이야기 구조를 익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보는 것 말고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이야기 구조를 익히고 싶다면 계속 만드는 수밖엔 없습니다. 


그림책을 많이 읽으면, 이야기 구조를 익히는데 도움이 되긴 합니다. 하지만 읽기와 이야기 만들기(쓰기)는 서로 다른 영역입니다. 쓰기는 쓰기를 많이 해야 느는 거지, 읽기를 많이 한다고 저절로 늘진 않습니다.


사건을 나열하는 이야기와 그 사건을 엮어 개연성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건, 전혀 다릅니다. 사건을 연결해서 인과관계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거나, 일련의 사건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거나, 그저 사건 발생 순서대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연결이 된다고 하더라도 중심 사건이 없어서 산만한 이야기로 펼쳐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를 풀어놓기 때문에 플롯의 구성요소를 갖출 수 없고 결과적으로 재미없는 이야기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 착안하여 아이의 이야기 구조가 어떻게 발달하는지 연구한 학자들이 있습니다. 오래된 연구이긴 하지만 애플비(Applebee, 1978)와 맥기와 리치겔스(McGee & Richgels, 1990)의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이영자와 박미라(1992)의 연구가 있습니다. 연구자마다 세부 내용이 다르기는 하지만 크게 보면 큰 차이가 없으므로 여기에서는 이영자와 박미라(1992: 46쪽)의 연구를 소개하려고 합니다. 


① 0단계: 단순 나열기

② 1단계: 이야기 형태 인식기

③ 2단계: 초보적 이야기 진술 형성기

④ 3단계: 단순 나열식 이야기 형성기

⑤ 4단계: 연결적 이야기 형성기

⑥ 5단계: 논리적 이야기 형성기


만 5세 아이라고 하더라도 마지막 단계인 논리적인 이야기를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나이가 더 어린아이들은 2단계와 3단계 어디쯤에 속해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단계별 구분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런 식의 단계를, 명확한 구분이 있는 단계로 생각하시면 곤란하고 그냥 대체적인 경향 정도, 아니면 그냥 참고정도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영화, ‘인셉션’에 나온 Penrose stairs


3단계를 거친 아이들이라고 해서 4단계 이상의 이야기만 만드는 것이 아니고, 또다시 2단계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고, 그 반대로 2단계에 속해있는 아이라고 해도 가끔 3단계 이상의 이야기를 만들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5단계에 이른 아이라고 해서 항상 5단계의 이야기만 만들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의 주제와 소재에 따라 각 단계가 같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계단을 올라가기만 하진 않고 내려갔다 올라가기를 반복합니다. 여러 단계가 동시에 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최종단계에 연연하면 안 됩니다.




이영자, 박미라(1992). 유아의 이야기 구조개념의 발달에 관한 기초연구. 유아교육연구, 12, 31-47. 

Applebee, A. N. (1978). The child's concept of story. Chicago: University of Chicago Press.

Mcgee, L. M., & Richgels, D. J.(1990). Literacy's beginnings: Supporting young readers and writers. Boston, MA: Allyn & Bacon.


인셉션 (Inception, 2010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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