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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연철 Mar 06. 2024

왜? 는 무슨 왜?

이야기 구조를 익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7)

‘왜?’라는 질문.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이야기들을 받아 적어주면서 속으로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선생님은 사건의 앞뒤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에, 청자 입장에서 ‘왜?’라는 의문이 생깁니다. 하지만 실제로 질문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정말 굴뚝같지만 질문하진 않습니다.


“왜?”라는 질문이 아이의 생각흐름을 막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그리고 이야기 구조를 익히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왜?”라는 질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왜라고 물어볼 수도 없고 또 왜라고 물어보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 상황에서, 실제로 질문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아이에 따라서 그리고 상황을 고려해서, 선생님이 결정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생각의 흐름을 막지 않는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왜라는 질문이 아이의 생각을 자극하여 더 재미있는 이야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왜?”에는 다양한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어떤 “왜?”는 인과관계를 묻는 것일 수 있고, 다른 “왜?”는 목적을 알려달라는 질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말도 안 되는 트집을 잡으려고 묻는 “왜?”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사과가 왜 떨어지지?”와 같은 질문은 과학적 설명을 요구하는 질문입니다. (인간이 밝혀낸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인과관계를 묻는 질문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선영 씨는 왜 희찬 씨를 사랑하지?”에서의 ‘왜?’는 그렇지 않습니다. ‘어쩌자고!’를 담고 있는 질문일 수도 있고, ‘도대체 무슨 목적(의도)을 가지고!’라는 의미일 수도, 또는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묻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적어도 인과관계를 물어보는 질문은 아닙니다. 
 

최연철, 2024. 3. 6. (Midjourney로 그림)


그런데 아이들이 “왜?”가 담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구분하지 못하지 못한다면? 그렇다면 어른의 “왜?”라는 질문에 엉뚱한 답변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과가 왜 떨어지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과학적 설명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마치 시인처럼 말입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건 지나가는 행인에게 꿀밤을 주기 위해서라는 엉뚱한 답변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보다 근본적으로는 “왜?”라는 질문을 ‘도대체 왜 하는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가 이야기할 때 어른들이 왜냐고 물어보고 싶은 이유는, 사건들이 논리적인 패턴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인과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인간의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과학적 인과관계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만...) 아닐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이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아빠가 회사에 출근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아프기 때문이 아니라, 아빠가 집에서 게임을 하고 싶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공주가 왕자를 구하는 이유는, 공주가 왕자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그냥 ‘주인공’이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공주가 아니어도, 주인공이라면 누군가를 구해야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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