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놀이와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김용택 님의 시 두 편 소개하려고 합니다. 마지막 행이 감동입니다.
학교길
학교 가면서 개구리를 보았다
세 마리나 보았다
학교 가면서 달팽이를 보았다
네 마리나 보았다
학교 가면서 물고기를 보았다
무지무지 많이 보았다
학교 가면서 염소를 보았다
새끼를 낳고 있었다 (김용택, 1998: 16쪽)
비 오는 날
하루종일 비가 서 있고
하루종일 나무가 서 있고
하루종일 산이 서 있고
하루종일 옥수수가 서 있고
하루종일 우리 아빠 누워서 자네 (김용택, 1998: 45쪽)
최연철, 2024. 3. 5. (Midjourney로 그림)
'첫 문장으로 시작하기'에서는, ‘첫 문장카드’만 준비하면 됩니다. 놀이 방법도 간단합니다. 한 사람이 첫 문장카드 가운데 1장을 무작위로 선택하고 카드 내용을 읽습니다. (물론 선생님이 읽어주셔도 됩니다.) 그다음부터는 돌아가면서 첫 문장에 이어서 이야기를 만드는 방식으로 진행하면 됩니다.
이야기 이어 만들기에 익숙하지 않다면, 첫 문장카드의 내용에 국한하여 부가적인 질문을 던지면 됩니다. 처음에는 자연스럽게 문장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습해 보고, 익숙해지면 이야기 구조에 필요한 질문을 통해 체계적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예를 들어,
① 인물이 등장하는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 그 인물의 어떤 행동을 하며 어떤 말을 하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앞으로 어떤 행동을 하게 될 것인지에 대해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렇게 질문하다 보면 체계적인 이야기구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② 사건을 담은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해 보고, 가능하다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물어볼 수 있습니다.
③ 배경을 묘사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경우, 그 장소에서는 무슨 소리가 들리고, 무슨 냄새가 나는지에 대해 물어보고 가능하다면 누가 등장하는지, 또는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물어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야기구조에 접근하려면 ① 인물이 등장하는 첫 문장에서는 인물소개 ⇒ 배경 소개 ⇒ 사건 소개 등으로 발전하도록 도와주고, ② 사건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에서는, 사건 소개⇒ 배경 소개 ⇒ 인물 소개 등의 순서로, 그리고 ③ 배경으로 시작하는 첫 문장일 경우에는, 배경 소개 ⇒ 인물 소개 ⇒ 사건 소개 등으로 이야기를 구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이야기 구조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질문의 순서를 바꿀 수 있고 추가적인 질문을 통해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됩니다.
(의문사 카드 가운데 있는) ‘왜 카드’를 사용해 볼 수도 있습니다. 처음 이야기를 만들 때에는 인과관계가 없었지만 나중에라도 인과관계를 설정해 보도록 하면, 이야기 구조를 익히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때 ‘왜 카드’를 사용하면 됩니다.
플롯에는, 어쨌든 사건의 발단과 전개, 그리고 해결 과정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이 개연성 있는 인과관계로 엮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이야기는 그런 플롯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별다른 인과관계가 없이 그냥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왜 카드’를 사용해서 인과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