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큰 이유는 없지만 어릴 적부터
실패라는 단어 자체를 두려워했다.
그래서 스스로를 파악하면서 살아가게 되었다.
스스로 생각했을 때
잘하는 것은 계속 도전하지만
못 하는 것은 시도조차 하지 않는 삶을 반복했다.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성취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성취감도 반복되면 지루하다.
실패 없이 성취만 있지만 지루한 삶.
이렇게 살아가다 보면
굳이 실패해보고 싶은 요상한 심술이 생길 때가 있다.
갑작스럽게 클라이밍을 했다.
왜냐면 딱 보아도 내가 못 할 것 같아서였다.
반전 없이 당연히 못했다.
어딜 밟으려고 하면 허공이었다.
한 시간 동안 허공에서
팔다리를 허우적대니 만신이 쑤셨다.
그런데 정말 재미있었다.
문득 실패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클라이밍이 아니라,
못해도 재미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던,
못 하는 것을 피하기만 했던
과거의 내 시간들이 실패였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