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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은환 Dec 21. 2021

#9. 감정도 설계가 된다

우리의 분노는 어디에서 비롯될까

감정도 설계가 된다
브렌다 쇼샤나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애써 자신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는 것은 매우 불행한 현상이다. 우리 사회에는, 피해를 당했다는 생각을 남발하게 하고, '피해자'라는 꼬리표를 마치 자랑거리처럼 생각하게 하는 수많은 단체가 활동하고 있다. 그 단체들은 정의를 내세운다.
당신의 행복에는 아무도 책임도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라.
인간은 의미를 추구하는 존재다. 우리는 세상을 이해하고자 노력한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하는 문제는 보이지 않는 차원에서 우리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우리의 행동과 반응을 결정한다. 또한 일상에서 마음속의 성냄과 평화로움의 수준도 결정한다.


감정을 스스로 설계해서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수많은 감정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때때로 컨트롤할 수 없는 감정 때문에 흑역사를 생성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현대사회에 가득 찬 감정은 무엇일까.

'화로 가득 찬 사회'라는 말은 애석하게도 익숙하다. 저자는 현대사회는 '화'라는 감정으로 가득 차 있으며, '화'에는 24가지 형태가 있다고 정리했다.


<'화'의 24가지 형태>

1. 직접적인 화  2. 위선  3. 도둑질  4. 거짓말과 기만  5. 우울증  6. 고립  7. 수동 공격  8. 절망

9. 자살  10. 번아웃  11. 자기 방해  12. 낮은 자존감  13. 강박행동  14. 강박관념  15. 복수심  16. 중독

17. 심신증  18. 예기불안  19. 마조히즘  20. 사디즘  21. 순교  22. 지나친 비판  23. 비난  24. 험담


저자가 정의한 '화'들을 살펴보면서, 1번만이 '화'라고 생각했는데, 다양하게 표출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 그러다 문득 '화'의 정확한 뜻이 궁금해져서 사전을 찾아봤는데 2가지 뜻이 있었다.


1. 화(火) : 몹시 못마땅하거나 언짢아서 나는 성

2. 화(和) : 서로 뜻이 맞아 사이좋은 상태


두 가지의 뜻을 보면서 대부분의 심리책이 '화'에 대해 다루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서로 맞물려 살아가면서 못마땅해하며 성내기도 하고 맞추어가며 사이좋게 지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우리 사회는 1번 뜻에 초점을 맞추어 주로 이야기하지만 개개인의 내면에 자리 잡은 다양한 형태의 '화'를 들여다보고 책 제목처럼 설계할 수 있다면 언젠가 2번 뜻의 화(和)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바라본다.


#남을 탓하면 자신은 무기력해진다.

"저는 살아남기 위해 남을 탔했어요. 모든 곳에서 문제를 찾아냈어요.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점을 찾으려고 하지 않았죠."


소제목 중 하나인 '남을 탓하면 자신은 무기력해진다'는 나에게 가장 공감을 불러일으킨 문구였다. 남 탓은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남 탓을 하면서 자신이 야기한 어쩔 줄 모르겠는 상황을 회피하기 좋은 변명이기 때문이다. 부끄러운 과거지만 실수를 했을 때 당황하면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이나 손에 들려있는 도구, 주변 상황 등을 탓했다. 말하는 순간은 찰나라서 못 느끼지만 몇 초후면 내가 또 스스로의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또 다른 것을 탓했구나라는 자괴감에 엄청 괴로워했었다.

그러한 자괴감들이 한 장씩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아슬아슬하게 들고 가던 종이탑이 바닥으로 흩뿌려진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바닥에 뿌려진 자괴감들을 바라볼 때면 언제 다시 주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며 무기력해지곤 한다.

지금도 남 탓하는 나쁜 버릇을 완전히 고쳤다고는 할 수 없지만 자괴감에 빠져있는 자신을 보는 것이 더 괴로워 고치려고 노력하였더니 이제는 어느 정도 스스로의 잘 못을 먼저 인정할 수 있게 되었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혼자만의 시간은 특별하게만 해야 할까?

책에는 저자가 직접 상담했던 다양한 사람들이 나온다. 모두들 다른 이유로, 다른 형태의 '화'를 발산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들이 화를 결국 억누르지 못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지 않아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불과 1~2년 전의 나도 그랬지만,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서 불멍 램프도 사고, 힐링 스폿도 찾아야 하고, 다른 도시 혹은 집과 떨어진 곳에서 호캉스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도, 혼자만의 시간이라는 단어에 호화로움을 붙여 여러 가지 시도해 보았지만 다양한 시도 끝에 가장 좋은 것은 집에서 멍때리거나 명상하는 것이었다. 혼자만의 시간은 특별하지 않다. 매일 당연스럽게 나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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