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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냥 하루 Oct 20. 2020

저기 저 느릅나무처럼

2020년 10월 20일 화요일

어느새 가을도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주변은 형형색색으로 물들고, 바람이 더욱 차가워진다. 여느 해들과는 다르게 가을이 되었는데도 위화감이 든다. 사람이 많지 않은 학교에 다녀서 2학기부터는 거의 모든 시간을 학급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음에도 오롯이 나의 전부라는 생각이 자리 잡히지 않는다. 이러다 졸업하는 순간에 더 친해지지 못하고, 잘해주지 못했음에 아쉬워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닐지 문득 걱정이 된다. 


우리 학교는 90년이 넘은 학교다. 학교를 들어서는 길에 느릅나무가 하나 있는데, 그 느릅나무는 학교가 지어지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 및 폭풍의 근현대사를 견뎌내고, 지금 이 순간 현재도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참 그렇게 매일을 함께하기가 어려움에도 언제 그랬냐는 듯 저기 저 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늘 함께하는 저기 저 느릅나무처럼 나도 남은 시간 쓰고 달고 아프고 즐거운 시간을 모두 함께 보내며, 코로나로 우울하고 힘들었던 2020년을 기분 좋았던 초등학교 졸업의 해로 만들어주고 싶다.

언제나 새들이 지저귀는 느릅나무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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