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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정N Feb 02. 2019

2017년 9월 30일

과거의나

연휴다.


연휴라는건 사람들을 제각기 삶에 빠지게 하기 마련이다. 가족을 만나고, 고향에 내려가고... 평소의 삶과는 조금 다른, 연휴만의 삶이 있다. 그리고 고향에 내려가기 전, 이 바쁜 일상과 지나치게 한가로운 연휴의 시작 사이 조금 좁은 길목에 서서 나는 조심스레 바라본다. 어제의 나와 내일의 나를.


외로움은 기복이라고 했던 너에게 나는 우울증도 다를 바 없는 것 같아, 라는 말을 삼켰다. 내가 우울증에 오랫동안 걸려 있는 걸 난 스스로 자각하면서도, 사실은 이게 그냥 대수롭지 않게 넘길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살아가는 나와 이런 나에게 익숙한 너희에게 나는 딱히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내가 가진 외로움의 아주 조금만 드러내도 나를 딱하다고 하는 너희에게, 내가 전부를 드러낸다면, 너희는 나를 정신병자라고 욕할까? 혹은 불쌍하다면서 나를 동정으로 감쌀까? 아니면 우리의 돈독한 우정 혹은 사랑을 위해 너의 아주 오래된 고독을 끄집어 내어 서로를 괴롭히게 될까?



무엇이든 좋은 해결 방안은 아니라는 것 따위는 한참 전에 깨우쳤다. 내가 처음 우울한 사고를 드러냈을 때에 나는 친구를 잃었고, 내 가장 깊숙한 상처를 드러냈을 때에는 연인을 잃었다. 순간의 위로는 따뜻하지만, 나는 그 뒤로 참 많은 것들을 잃어왔다. 그래서 이젠 입을 다물기로 했다.


까지 생각하며 혼자 밖으로 나갔다. 사람이 많지 않은 이 골목에서는 들키지 않고 담배를 피우는게 참 편하다는 생각 따위를 하며 나를 위로한다. 더 이상 너희에겐 할 말이 없다. 그래서 쓸 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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