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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정N Jan 24. 2019

9월 27일에 멈춰서 있는 채로

과거의나

9월 27일이 갓 지나갔다.


이 시간까지 기다리기라도 한 듯, 참고 있던 눈물이 터져 나왔다. 어쩌면 아빠와 동생과 함께 있던, 가족이라는 시간이 우울해지는 기분을 애써 틀어막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일 년에 한 번 찾아오는 이 날은, 지독하게도 기억하기 싫은 날이다. 세상에서 제일 사랑했던 사람과 제일 싫어했던 사람과의 기억이 공존하는 이 날을 날은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아니 그러지 않을 수는 없을까.


15년 9월 27일, 엄마께서 돌아가셨다. 처참한 광경이었다. 아주 많이 울었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갔다. 내 엄마가 죽었는데 세상은 그대로였다. 아무도 그 사람을 위해 멈춰주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달려야만 했다.


16년 9월 27일, 남자 친구와 관계를 맺었다. 사랑한다는 건 아주 비극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했다. 내 아픔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 친구와 엄마 기일에 잠을 잤다. 참 많이 울었다.


17년 9월 27일, 나는 이제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었다. 우울한 기분을 과시하듯 보이는 모습엔 환멸이 난 채였고, 평소와 같이 웃어 보였다. 마지막 남은 가족들 앞에서는 도저히 울 수 없었다. 그건 3년 전부터 절대 변하지 않았다.


18년 9월 27일, 잘 참다가 밤에 친구에게 전화했다. 오랜만에 전화하는 고등학교 친구는 전화를 받지 않았고, 대학 친구에게 전화했다. 지하철이라는 친구는 한 시간 동안 내 토해내는 울음을 들었다.


28일로 막 시간을 넘긴 지금, 나는 울음을 한 숨 뱉어낸다. 이건 그런 거다. 어느 시인이 울음보다 그 사이에 흐느끼듯 들이키는 숨이 그를 슬프게 한다 했듯, 혹은 우리가 숨을 쉬어야 살아갈 수 있듯이, 울음도 필요할 때가 있는 거다. 슬픈 날에는 참지 않고 울고 넘어가야 하는 거, 그래야 내가 조금이나마 덜 후회할 수 있다는 거, 다만 그런 거다. 그걸 이제야 깨달은 거다.


3년이 지났다. 시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모든 게 무섭도록 빠른 속도로 변해간다. 내 주변이 바뀌고 사랑하는 사람이 변하고 좋아하는 친구들이 변하는데도,


바뀌지 않는 당신이 오늘 내 밤에 멈춰 서있다.

그래서 나는 27일보다도, 28일 새벽이 더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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