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맛과 도시문화

전주의 음식은 왜 유행을 타지 않을까

by 보석바

전주의 음식은 늘 비슷하다.

크게 달라지지 않고, 크게 실패하지도 않는다.

이 점이 어떤 사람에게는 매력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심심함이다.


하지만 전주의 음식을 이해하려면

‘새롭다’는 기준부터 내려놓아야 한다.

전주의 음식은 트렌드를 따라가는 대상이 아니라

도시가 살아가는 방식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주는 관광도시이면서 동시에 생활도시다.

그래서 음식은 보여주기보다 버텨야 하는 영역에 가깝다.

하루 세 끼를 감당해야 하고,

특별한 날보다 평일 점심에 더 많이 소비된다.


이 조건에서 살아남는 음식은

대개 과하지 않고, 안정적이다.

전주의 음식이 자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전주 식당에서는 메뉴판보다 말이 먼저 나온다.

“이건 국물부터 드셔보세요.”

“반찬은 조금씩 드시고 더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이 짧은 설명은 친절을 넘어

맛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다.

같은 메뉴라도 날씨와 손님에 따라

미묘하게 조정된다.


그래서 전주의 음식은

항상 비슷하지만 결코 똑같지 않다.

레시피보다 사람을 한 번 더 거치는 맛이다.



전주의 음식은

기분을 과하게 흔들지 않는다.

놀라움보다는 안도,

감탄보다는 안정에 가깝다.


전주의 국밥과 백반은

하루를 특별하게 만들기보다

하루를 무사히 통과하게 한다.

그래서 전주의 음식은

여행보다 일상에서 더 자주 소비된다.



전주에서는 맛집을 ‘찾기’보다

이미 알고 있는 곳으로 간다.

늘 같은 자리에 있는 간판,

같은 시간에 붐비는 식당.


이 도시의 음식 선택은

추천보다 검증에 가깝다.

검색보다 익숙함이 먼저 작동한다.



전주의 음식은 하나로 기억되지 않는다.

아침의 콩나물국밥,

오후의 모주 한 잔,

집으로 가는 길의 초코파이.


각각은 작지만,

겹쳐지며 도시의 맛이 된다.

전주의 음식 경험은

크게 남기지 않고

자주 남는다.



전주의 음식이

‘근본’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단순하다.

오래 유지된 방식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사람을 거치고,

과하지 않으며,

도시의 속도를 따르는 음식.


전주의 맛은

유행을 타지 않아서

오히려 오래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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