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맛을 다시 묻다
며칠 전, 정말 오랜만에 전주 한옥마을을 찾았다.
남편과 다섯 살 아이의 손을 잡고, 관광객처럼 천천히 걷는 한옥마을은 낯설고도 익숙했다.
예전에는 ‘일터’였던 공간이, 어느새 우리 가족의 ‘산책 코스’가 되어 있었다.
골목을 걷다 문득 전주김치문화관 앞에 섰다.
한때 내가 운영팀장으로 일하며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김치 강의를 진행하던 곳이다.
전주 김치 명인들과 함께 강좌를 열고,
김치를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보여주고, 만들고, 이야기하는 콘텐츠’로 풀어내던 시간들.
벌써 6-7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 지금 그 공간은 관광객 쉼터로 바뀌어 있었다.
깔끔하고 편리해졌지만, 마음 한켠이 허전했다.
‘좋은 콘텐츠였는데…’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그 시절의 김치 강의는 단순한 체험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전주라는 도시가 가진 식문화 자산을 한옥에서,
사람의 손과 삶의 이야기로 전달하던,
살아 있는 정책 실험에 가까웠다.
외국인들은 김치를 담그며 질문했고,
명인들은 김치를 담그며 자신의 삶을 이야기했다.
그 과정에서 전주는
‘먹는 도시’를 넘어 ‘이야기하는 도시’가 되어갔다.
그런 공간은 왜 사라졌을까.
관광 트렌드가 바뀌었기 때문일까.
운영 효율이 맞지 않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체험형 콘텐츠보다
회전율 높은 쉼터가 더 필요해졌기 때문일까.
정책은 늘 흐름을 만든다.
그리고 식품 정책은 특히 빠르게 ‘보이는 성과’를 요구받는다.
체험은 오래 걸리고, 사람이 많이 필요하며,
그 가치는 숫자로 설명하기 어렵다.
반면 쉼터는 관리가 쉽고, 불만이 적고, 즉각적인 만족을 준다.
하지만 이런 선택이 반복되면,
도시는 점점 ‘전주다움’을 설명할 언어를 잃어간다.
아이 손을 잡고 다시 길을 걸었다.
한옥마을에서 빠질 수 없는 먹거리,
오징어를 통째로 튀겨주는 ‘오짱’을 사 먹었다.
아이의 눈이 커지고,
현란한 비주얼에 발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졌다.
이 또한 지금의 한옥마을을 상징하는 풍경일 것이다.
이어 오래된 식당, 풍남정에 들어가
콩나물국밥과 떡갈비를 먹었다.
자극적이지 않은 국물, 익숙한 맛.
관광객과 지역 주민이 한 공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전주의 식문화는 아직 살아 있다.
다만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이전보다 더 절실해졌을 뿐이다.
식품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정책이 방향을 바꿀 뿐이다.
그리고 그 방향은 도시의 기억과 정체성을 결정한다.
김치문화관이 쉼터로 바뀐 지금,
나는 다시 묻게 된다.
전주는 어떤 맛을 남기고 싶은 도시인가.
그리고 그 맛을, 누가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이 질문이 남아 있는 한,
전주의 식문화는 끝난 이야기가 아니다.
다음 장을 어떻게 써 내려갈지,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시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