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리자격증이 5개인데, 조리사가 되지 않았다

요리를 배우다 보니, ‘만드는 일’보다 ‘이해하는 일’이 더 궁금해졌다

by 보석바

나는 조리자격증이 5개인데, 조리사가 되지 않았다


“자격증이 다섯 개나 있는데 왜 요리를 안 하세요?”


이 질문을 꽤 자주 듣는다.

한식, 양식, 일식, 제과, 그리고 제빵기능사.

이력서에 적히면 제법 ‘그럴듯한 사람’처럼 보이는 조합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주방에 서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나는 요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요리를 ‘해석하는 사람’이 되려고 한다.



처음에는 당연히 요리를 잘하고 싶었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좋았고,

완성된 음식이 주는 즉각적인 만족감도 좋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상한 질문이 머릿속에 쌓이기 시작했다.


왜 어떤 음식은 살아남고, 어떤 음식은 사라질까.

왜 사람들은 비슷한 맛을 반복해서 소비할까.

왜 전통음식은 ‘좋다’고 말하면서도 일상에서는 잘 먹지 않을까.


이 질문들은 레시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자격증을 하나씩 따면서 오히려 더 명확해졌다.


한식은 ‘관계’를 담고 있었고,

일식은 ‘정교함’을,

양식은 ‘구조’를,

제과는 ‘정확성’을 요구했다.


같은 ‘요리’인데,

완전히 다른 언어를 쓰고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아, 이건 기술이 아니라 ‘문화’ 구나.



그래서 나는 방향을 틀었다.


요리를 더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요리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주방이 아니라 책상으로 자리를 옮겼고,

칼 대신 데이터를,

불 대신 문장을 다루기 시작했다.



요즘 나는 음식을 볼 때 이렇게 생각한다.


이 메뉴는 왜 지금 유행할까.

이 가게는 왜 이 위치에서 살아남았을까.

이 지역은 왜 특정 음식으로 기억될까.


예전에는 “맛있다”에서 끝났다면,

지금은 “왜 맛있다고 느끼는가”까지 간다.



많은 사람들이 말한다.


“그래도 결국은 요리를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나는 이제 이렇게 대답한다.


“요리를 하지 않아서, 더 넓게 볼 수 있게 됐어요.”



요리를 만드는 사람도 필요하고,

요리를 파는 사람도 필요하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요리를 ‘읽어내는 사람’도 필요하다.


나는 그 역할을 해보고 싶다.



조리자격증 5개는

내가 얼마나 요리를 잘하는지를 증명하는 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음식’을 이해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도구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주방이 아닌 곳에서,

음식을 연구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의 메뉴가 되고,

어떤 지역의 전략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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