쫀득·꾸덕·바삭이 유행이 된 이유
요즘 SNS를 보다 보면 묘하게 같은 단어가 반복된다.
쫀득. 꾸덕. 바삭. 폭신.
이상하게도 “맛있다”보다 먼저 등장한다.
“쫀득 미쳤어요.”
“꾸덕 그 자체.”
“겉바속촉 최고.”
얼마 전에는 두바이쫀득쿠키가 유행하더니 봄동비빔밥이 올라오고, 버터떡이 등장하고, 두툼한 돈가스와 크림 가득한 디저트가 줄줄이 이어진다. 가만히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유행하는 음식은 전부 ‘씹히는 음식’이다.
예전 음식 후기를 떠올려 보면 이랬다. 달다, 짜다, 고소하다, 담백하다. 전부 맛 이야기였다. 그런데 요즘 리뷰는 조금 달라졌다. 겉바속촉, 쫀득쫀득, 꾸덕꾸덕, 사르르 녹는다. 우리는 맛만큼이나 입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묘사한다.
식품을 공부하면서 알게 됐다. 이것은 단순한 유행어가 아니라 관능검사에서 말하는 ‘조직감’, 즉 texture의 이야기라는 것을. 쉽게 말하면 우리는 이제 혀만으로 음식을 먹지 않는다. 입안의 경험을 함께 먹는다.
허니버터칩 열풍을 떠올리면 이 변화가 더 또렷해진다. 그 성공을 보통 단짠 조합으로 설명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은 것은 얇고 가볍게 부서지는 그 순간이기도 했다. 씹는 순간의 작은 쾌감. 그 이후로 식품 트렌드는 조금씩 방향을 틀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맛뿐 아니라 씹는 느낌을 함께 기억한다는 사실을 업계가 깨닫게 된 것이다.
두바이쫀득쿠키의 인기 역시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쿠키를 먹은 사람들의 반응은 놀랍도록 비슷하다. “맛있다”보다 먼저 “와, 쫀득하다”가 나온다. 씹을수록 늘어나고 입안에 오래 남고 천천히 사라지는 경험. 식품학에서는 이를 씹힘성, chewiness라고 부른다. 씹힘성이 높을수록 입안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입안에 오래 머무르는 음식은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
생각해 보면 요즘 인기 음식들은 전부 그렇다. 아삭한 채소가 살아 있는 봄동비빔밥, 쫀득함과 버터의 녹는 감각이 함께 오는 버터떡, 밀도 높은 꾸덕한 디저트, 두께에서 오는 씹힘을 강조한 돈가스까지. 한 줄로 정리하면 이렇다. 요즘 음식은 씹는 시간이 길다.
어쩌면 삶이 너무 빨라졌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짧은 영상, 짧은 글, 짧아진 집중력 속에서 먹는 순간만큼은 조금 길어지고 싶어진다. 씹는 시간은 우리가 가장 쉽게 확보할 수 있는 느린 시간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빨리 삼키는 음식보다 오래 씹히는 음식을 선택하게 된다.
식품 개발에서는 이런 말을 자주 한다. 소비자는 맛만이 아니라 경험을 기억한다고. 온도와 향, 소리와 식감. 그중에서도 지금 가장 강하게 체감되는 감각은 식감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앞으로도 더 바삭한 것, 더 꾸덕한 것, 더 쫀득한 것들이 계속 등장할 것이다.
우리는 배를 채우는 중이 아니라, 입안의 시간을 늘리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