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니양으로부터 :::
얼마 전 나는 프리다 칼로와 디에고 리베라의 전시를 다녀왔다. 프리다 칼로의 그림은 강렬하고,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인 느낌이랄까? 우리가 떠올리는 아름답기만 한 그림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눈길이 가는 그녀의 그림이었다.
난 미술에 관해, 혹은 예술에 관해 잘 알지 못했고 지금도 잘 안다고는 할 수 없다. 미술작품은 학창시절 그저 미술책에서나 보던 것이 전부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처음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떠나, 미술관을 찾았을 때 그렇게 낯설고 어색할 수가 없었다. 멋진 그림들이 눈 앞에 있는데도 그걸 즐기지 못했던 것 같다. 유명하다고 하니까 그냥 봐두자, 이런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파리에 있는 루브르 박물관에 들렀던 그 때도 방대한 양의 작품들의 기에 눌려, 보기도 전에 지레 질려버렸다. 오래 전이기도 하지만, 지금 다시 루브르 박물관을 떠올려보면 모나리자 그림 한 편 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여행이 계속되고, 좋은 그림들을 자꾸 보다보니 그 나름을 즐기게 됐다. 그림에 대해 공부하지 않아도 그냥 나만의 해석으로, 나만의 느낌으로 그림들을 보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어릴 때만 해도 피카소의 그림을 보며 '이건 대체 뭐야? 그냥 장난으로 그린건가? 나도 그릴 수 있겠는데?' 하고 생각한 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스페인 말라가에 있는 피카소 미술관에서 피카소가 작업했던 히스토리들을 만나는 순간 그 때까지 가지고 있었던 피카소에 대한 모든 생각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그가 얼마나 오랜 노력과 작업을 거쳐 한 편의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된 것이다. 피카소에 대한 오해(?)를 완전히 풀게 된 것은 이후에 찾게 된 마드리드의 레이나 소피아에서 <게르니카>를 만나면서이다. 그저 가슴이 먹먹한 느낌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감동을 눈물로 흘려내는 것 뿐이었다.
이후 여러 화가의 그림들에 대해 다시 살펴보고 고민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고흐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며, 그의 휘몰아치는 듯한 붓터치에 두근거리게 되기도 한다. 물론 어디에서나 인기가 많은 고흐 그림이기에 오랜 시간 계속 바라보며 서 있기가 쉽지는 않지만.
심지어 세 번째 마드리드를 찾아갔을 때는 프라도 미술관에 나흘간 출근도장을 찍듯이 다니며, 모든 작품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후 나의 여행에서 누군가의, 무언가를 그린 그림을 만나는 일은 가장 큰 관심사 중 하나가 되었다. 쿠바의 길거리 예술가가 그린 제목도 없는 그림부터 태국이나 베트남 특유의 색채가 담긴 그림들까지.
여행에서 많은 미술관을 돌아다닌 덕분에 이제 난 가끔 미술관을 찾기도 하고, 예술작품으로 인해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도 한다. 그리고 이제는 심지어 예술가로 인해 여행지를 결정하게 될 때도 있다. 고흐로 인해 고흐가 마지막을 보낸 오베르 쉬즈 우아르에 가보고, 피카소로 인해 말라가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언젠가는 프리다 칼로의 푸른집을 보기 위해 멕시코에 다녀올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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