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그렇게 여행 다닐 수 있어?

::: 미니양으로부터 :::

by 미니고래
너 돈 많아? 어떻게 그렇게까지 여행 다닐 수 있어?

여행자의 삶을 선택하면서 많이 들어온 질문이다. (심지어 오늘까지도 들었던 질문이다.) 그런 사람들의 질문이 지겹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할 법한 질문인 것이 당연하다. 여행을 할 때 꼭 필요한 두 가지가 돈과 시간이다. 시간은 직장을 다니면서도 휴가를 내거나, 1박 3일 짧은 여행으로라도 다녀올 수 있는 시간이 생긴다 치자. 하지만 돈은 자본주의 사회인 현대에서는 필수 불가결한 조건이다. 그러므로 여행을 하려고 해도 당연히 돈이 필요하다. 그러니 그러한 질문은 당연한 것인 거다.


처음 한 저 질문에 대한 답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두 가지이다.


난 아낄 수 있는 만큼 아껴서 다녀.


여행이라는 것이 개인에 따라 스타일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개인의 취향과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서도 다르고, 목적지와 숙소의 종류에 따라서도 비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게다가 여행 스타일까지 고려하면 비용의 차이는 더 커질 수도 있다. 나는 비교적 돈이 많이 드는 여행을 하지 않는다. 꼭 봐야 하는 유명한 관광지에는 크게 관심이 없을뿐더러 그 도시에 가면 꼭 해봐야 하는 액티비티에도 별로 관심이 없다. 그리고 맛있으니까 꼭 먹어봐야 한다는 맛집에도 관심이 별로 없다. 나의 여행 스타일은 그저 두 발로 걸어 다니는 것이다. 골목골목 그들이 생활하는 구석구석 최대한 많이 다녀보려 한다. 그렇게 걷다 보면 교통수단을 이용했을 때는 만나볼 수 없는 다양한 풍경들을 만나기도 하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잠자리는 베드버그만 없으면 무조건 오케이인 터라 크게 가리지도 않기에, 싸지만 실속 있는 호스텔이나 아파트로 선택하게 된다. 요즘 에어 비앤비가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보통 숙소 예약 사이트에도 괜찮은 아파트들이 저렴한 가격에 올라오기도 하니까 비용을 잘 따져보면 호스텔 비용으로 아파트에 머물게 되는 경우도 있다.


먹을거리? 대부분 재료를 사서 직접 해먹거나, 슈퍼마켓 즉석식품으로 그 나라의 유명 음식을 맛보기도 한다. 비교적 물가가 저렴한 곳에서는 길거리 음식을 많이 애용하기도 하고. 물론 가끔은 식당에서 괜찮은 음식을 먹기도 한다. 굶고 다니거나, 빈곤하게 먹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괜찮은 식당에서 먹는 빈도 수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질문에 대한 또 다른 답은……


평소에 돈 쓸 일이 별로 없어.

예전에 지인이 나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너네 집 부자야?"

"하하하! 왜요?"

"어떻게 그렇게 여행을 많이 다녀?"


사실 어릴 적부터 우리 집은 부유한 집이 아니었다. 아니, 그보다는 차라리 가난에 더 가까운 가정이었지. 그런데 부자냐니. 그 말을 듣고 '빵!' 터져 한참을 웃어버렸다.


당연히 여행을 다니려면 평소에 여행비용을 모아야 한다. 모으는 노하우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심지어 나는 돈에 대한 가치를 삶의 가치 중에서도 크게 여기는 편이 아니라서 많이 벌지도 않는다. 물론 벌 수도 없지만. 돈이라는 건 '그저 내가 필요한 만큼만 벌면 된다'는 편에 더 가깝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그것도 프리랜서 디자이너로 산다는 것은 어마어마한 돈을 벌기엔 무리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은 평소 생활패턴에 있다.


난 기본적으로 화장을 하지 않는다. 기초화장품도 겨우 챙겨 바르는 정도. 그러니 일단 화장품 값이 많이 세이브가 된다. 그리고 비싼 옷이나 가방에도 별로 관심이 없을뿐더러 굳이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운동이라 하면 집 앞에 나가 그냥 걷는 것뿐. 내가 돈을 쓰는 것은 그저 좋은 사람들 만나 커피 한 잔하고, 포장마차처럼 허름한 술집에서 술 한 잔 기울이는 것이 전부.


그렇게 해서 아끼는 비용이 얼마나 되겠냐고 하겠지만, 대신 난 따로 모으는 저축이 거의 없으니까. 사람들이 저축하고, 재테크할 때 그냥 배낭을 싼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다.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 줄 알고 그렇게 대책 없이 살아?'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뭐 어차피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은 저마다 다른 것이니까 나는 이렇게 살아가기로 정한 것이다.


나에게 했던 질문에 대한 만족스러운 대답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난 내가 하는 일에 만족하고 있고, 그리고 일을 마치고 여행하는 일은 내 인생에 가장 큰 가치라는 점은 명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