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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Dec 27. 2018

꼭 남의 일만은 아니야

인종차별에 대하여

 요즘 뉴스를 보다보면 심심치 않게 인종차별에 관한 기사들이 나온다. 그런 기사들을 볼 때마다 그저 먼 얘기라고만 생각했었다. 외국에 살고있는 사람들이나 당하는 그런 남의 얘기 정도랄까? 그렇게 많은 곳들을 돌아다니면서도 한 번도 인종차별을 경험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번에 인종차별을 경험하게 되면서 인종차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지난 10월 런던에 도착해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차링크로스(Charing Cross) 기차역에 갔을 때 일이다. 밤비행기를 타고 막 런던에 도착한터라 피곤이 몰려왔다. 버거킹에서 커피나 한 잔 사서 마셔야지 하는 생각에 매장으로 들어섰다. 


 커피 한 잔을 주문하고 계산을 하는데 점원이 이상하게 의도적으로 내 손을 피하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잔돈을 테이블에 그냥 놓고 스윽 내 쪽으로 미는 것이었다. 그래서 뭐 원래 그러겠거니 하는 생각에 잔돈을 챙겨서 커피를 기다렸다. 이른 아침이라 손님은 나 밖에 없었고 커피는 자동머신에서 그냥 쭉 뽑아서 주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진 않았다. 근데 그 때 다른 백인 손님들이 왔고 그들의 주문을 받을 때는 나한테 그랬던 행동과는 사뭇 달랐다. 그 때부터 기분이 살짝 나빠지려고 하는데 커피나 빨리 받아가지 뭐 하는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커피는 이미 다 나와 있는데도 내 커피를 주지 않고 뒤에 온 손님들이 주문한 것들을 챙겨주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잊어버렸나 라고 생각하기에는 다른 손님도 없었을 뿐더러 커피머신이 있는 위치는 잊어버릴 수 없는 동선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누가봐도 일부러 주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그 때부터 기분은 너무너무 나빠져서 점점 화가 나서 난 그 점원을 계속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리게 하더니 내 시선을 의식하고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는 움찔하며 그제서야 내가 주문한 커피를 내어주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바빠서 잊어버렸단다. 한국말로 욕이라도 시원하게 해주고 싶었지만 남의 나라에서 그래봤자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화를 억누르며 커피를 받아들고 나왔다. 덕분에 따뜻하게 마시려던 커피는 식어있었고 타려고 했던 기차는 놓치게 되었다.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이런 일을 겪고나니 기분이 매우 불쾌했다. 점원 사진이라도 찍어서 버거킹 홈페이지에 항의하려고 다시 찾았을때는 이미 다른 점원이라 교대한 상태였다. 영국은 두 번째 방문이었는데 첫 방문 때에는 이런 일이 없었어서 몰랐는데 영국에 사는 친구 말에 의하면 인종차별은 꽤나 심하다고 했다. 내가 런던에 도착하자마자 인종차별을 당했다고 하니, 친구가 벌써 당했냐며 웃었다. 친구는 7-8년을 영국에 사는 동안 비행기 승무원이 동양인이라고 대놓고 차별한 적도 있고, 심지어 버스 안에서 친구한테 침을 뱉은 백인 여자애들도 있었다고 했다.


 원래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었으나, 그 때 이후로 영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좋아보이지 않았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다시 런던에서 한국행 비행기를 탔어야 했는데 그 사실이 별로 유쾌하지가 않았다. 다시는 영국을 찾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고.


 이번 일을 겪으면서 생각보다 인종차별은 우리 가까이에 있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흔히 인종차별은 흑인들이 많이 겪는다고 생각하지만 아시아인인 우리에게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 것 같다. 퀸의 프레디머큐리 역시 활동 당시 아시아계라 인종차별을 많이 겪었다고 하는 것을 보니 인종차별은 유명인에게도 피해갈 수 없는 일인가 보다. 하지만 우리 역시 잘 생각해봐야 할 일이다. 우리가 우리나라에 살거나 여행하는 외국인들을 상대로 인종차별을 하고 있진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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