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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니고래 Jul 02. 2019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내면의 빛을 찾는 여정, 파키르Fakir의 특별난 여행


 2019년 7월 18일, 프랑스에서 만든 영어 영화가 한국을 찾아온다. 프랑스에서 만든 ‘영어 영화’라고 하니 뭔가 좀 이상하게 들릴 지도 모르겠다.


 일단 영화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기로 하자. 프랑스에서는 2018년 5월 개봉했으며 지난달에는 인도, 캐나다, 미국, 영국, 싱가폴, 말레이시아 등 국제적으로 선을 보였다. 주인공을 맡은 배우 ‘다누쉬’의 인기에 힘입어, 인도에서는 타밀어 녹음이 따로 진행되기도 했다. 감독은 캐나다의 배우이자 영화감독인 켄 스콧Ken Scott이 맡았다.


 주인공 ‘아자’를 연기한 것은 인도의 유명 배우 ‘다누쉬Dhanush’이다. 사실 본명은 벤카테쉬 프라부Venkatesh Prabhu이지만, ‘다누쉬’라는 예명으로 더 유명하다. 영화배우이자 감독인 다누쉬는, 작사가이자 영화 시나리오 작가이기도 하며 영화에 사용되는 노래를 직접 부르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한다. 하지만 그가 가장 유명한 것은, 바로 ‘타밀 영화 스타’라는 점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타밀어 녹음이 따로 이뤄진 것도 여기에 기인한다.



사실 이 영화는 ‘아자’의 목소리입니다


 영화는 뭄바이의 가난한 동네에서 시작한다. 문제를 일으켜 경찰에 잡혀온 세 명의 소년들을 찾아온 청년 ‘아자’가 소년들에게 자신이 겪은 ‘특별난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다. 독자 또는 관객들은 이 소년들과 함께 그 이야기를 (보고) 듣게 된다.


 홀로 어머니와 살던 ‘아자’는 어린 시절 문제를 일으켜 창문도 없는 감옥 독방에 갇히게 되고 죽음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감옥 밖으로 보이는 것을 설명해주는 벽 너머의 현자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어머니의 곁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런데 알고 보니 벽 너머의 현자는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었다. 이를 통해 ‘아자’는 빛이란 사실 자신의 내면에 존재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자’는 자신이 가고 싶은 이케아 매장을 방문하기 위해 파리로 여행을 떠나게 된다.


 요약하자면 이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아자’가 세 소년에게, 그리고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내러티브narrative)이다. 그리고 동시에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이미 내면에서 신을 발견한 ‘인도의 현자’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유럽의 현재 모습’이기도 하다.


 인간관계로부터 허무를 느끼는 ‘마리’(에린 모리아티Erin Moriarty 분)의 모습, 진정한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넬리’(베헤니스 베조Bérénice Bejo 분)의 모습, 이민자들이나 난민들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유럽인들의 모습, 그리고 어려움 속에서도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는 아프리카 북부 난민 캠프의 모습 등을 목격하게 되기 때문이다. ‘아자’가 보고 겪는 이 모든 모습들은 오늘의 유럽인들의 곁에 존재하지만 동시에 외면하고 있는 진실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아자’는 그 어떤 어려움이 찾아오더라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체의 의심이나 욕심 대신 그를 지지하는 것은 항상 내면의 ‘빛’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이 바깥으로 향할 때는 언제나 사람을 위로하게 된다. 덕분에 그의 목소리에는, 이 영화는 ‘마리’의 마음을, ‘넬리’의 마음을, 그리고 뭄바이에서 귀를 기울이는 세 소년의 마음을, 나아가 독자 또는 관객들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만드는 울림이 담겨있게 된다.



그나저나 프랑스에서 만든 ‘영어 영화’라고?


 이 영화는 프랑스의 소설가 호망 푸에흐톨라Romain Puértolas의 데뷔작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프랑스에서만 10만 부 이상이 팔린 원작 소설의 제목은 <L'extraordinaire voyage du fakir qui était resté coincé dans une armoire Ikéa>이다. 그리고 영국과 캐나다, 미국 등에 영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Who Got Trapped in an Ikea Wardrobe>라는 제목을 가지게 되었는데, 한국어로는 <이케아 옷장에 갇힌 파키르의 평범하지 않은 여행>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그런데 소설의 인기에 힘입어 판권이 약 30개국에 팔려 나갔다. 그리고 이후 영화로 제작되면서 처음부터 ‘영어 영화’가 된 모양이다. 애초에 전 세계 시장을 염두에 두고 제작되었다는 뜻이다. 영화의 원래 제목은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the Fakir>, 그러니까 ‘파키르의 특별한 여행’이다. 원작의 작가 푸에흐톨라도 영화의 시나리오 작업에 함께 참여했다.



한국에서는 사라진 ‘파키르’


 그런데 그 제목이 한국에서 개봉할 때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이라는 제목으로 변형되었다. 이 때문에 주인공 역시 뭄바이에서 온 ‘아자타샤트루 라바쉬 파텔Ajatashatru “Aja” Lavash Patel’, 줄여서 ‘아자’라는 인도인 청년으로만 남게 되어버렸다. 아쉽게도 한국에서는 그의 중요한 정체성 중 한 가지가 삭제된 것이다.


 ‘파키르Fakir’는 중동과 북아프리카,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퍼져있는 수피Sufi 무슬림을 의미하는 단어이다. 극단적인 원리주의자들과는 다르게, 수피즘은 자신의 내면에서 신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하는 온건한 이슬람 종파로 알려져 있다. 독자 또는 관객들은 ‘아자’를 통해 ‘내 안의 신을 만나다’와 같은 표현을 자주 접하게 되는데, 그 배경에 바로 ‘파키르’라는 정체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라이프 오브 파이>와 나란히,
동양의 신비 또는 인도의 신비


 한편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은 여러모로 또 다른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를 연상시킨다. 일단 두 작품 모두 원작 소설이 존재한다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렇게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의 경우 대체로 시나리오 면에서 높은 완성도를 보이기 마련이다. 여기에 더해 원작을 감명 깊게 읽은 독자라면 영화에 대한 깊은 이해가 가능해진다는 면도 존재한다.


 <라이프 오브 파이>가 힌두교의 교리와 신비주의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도, 이번 영화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과 연관되는 지점이 나타난다. 서구 유럽인들이 보기에 이 두 영화들이 보여주는 특징은 확실히 ‘동양 내면세계의 신비주의’일 것이며, 다시 말해 두 영화 모두 ‘인크레더블 인디아Incredible India’를 스크린에 불러오는 기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점은 한국의 경우에도 비슷한 현상으로 나타날 것처럼 보인다. 한국의 독자 또는 관객들에게 있어, ‘힌디즘’이든 ‘수피즘’이든 아무튼 두 영화 모두 ‘인도의 신비’로서 스크린에 나타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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