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가이드북: 여행하는 예술가의 리스본
리스본에서 버스나 기차 등 대중교통으로 2시간 이내에 갈 수 있는 근교 여행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아래에서 소개하는 도시들 이외에도 포르투갈에는 매력적인 도시들이 아주 많기 때문에, 여행일정이 넉넉하다면 그밖에도 다른 근교도시를 방문해보기를 추천합니다.
오비두스(Óbidos)
포르투갈어로 '성채'를 뜻하는 오비두스는, 이름 그대로 성곽을 요새처럼 두른 도시입니다. 역대 왕들이 왕비에게 선물로 바친 도시이기 때문에, 일명 ‘여왕의 도시’라고도 불립니다. 이 외에도 포르투갈 사람들은 '포르투갈의 진주', '꽃의 도시' '축제의 도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오비두스는 성곽 위로 올라가서 바라보는 중세 도시의 전경과 도시 주변으로 펼쳐진 대자연을 바라보는 풍경으로 유명합니다. 그리고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포르투갈의 아기자기한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비두스에서는 포르투갈 전통주인 ‘진자’가 특히 유명합니다. 초콜릿으로 만든 작은 술잔에 체리로 만든 '진자'를 따라서 마신 후에, 안주처럼 초콜릿 잔을 먹는 것입니다. 진자와 초콜릿이 어우러져 서로 다른 달콤함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운이 좋다면 마을 입구에서 동네 할머니들이 만들어 파는 빵을 맛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리스본→오비두스 : 캄포 그란데(Campo Grande) 버스 터미널에서 오비두스행 버스로 약 1시간 소요
나자레(Nazaré)
나자레라는 이름은 이스라엘의 나사렛에서 검은 성모상을 스페인의 수도원으로 가져왔는데, 그것을 다시 711년에 이곳으로 옮겨온 것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도 나자레는 파티마와 함께 기독교 신자들의 성지순례 도시로 유명합니다. 12세기 당시에 포르투갈의 왕이 새벽에 사슴 사냥을 하던 중, 짙은 안개 때문에 절벽에서 떨어지려던 찰나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구해주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후 이곳은 '성모 발현지'로 명성을 얻으며, 기독교의 성지 중 하나로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나자레는 또한 유명한 해변 휴양지이자, '빅 웨이브 서핑'으로 유명한 장소이기도 합니다. 해안 가까이에 있는 수심 깊은 협곡으로 인하여 생기는 거대한 파도 덕분에 '서퍼들의 성지'가 된 것입니다.
나자레는 해변마을, 절벽 위 마을, 그리고 절벽 뒤쪽의 오래된 마을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해변마을에서 절벽 위 마을까지는 걸어갈 수도 있고, 아니면 푸니쿨라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습니다. 특히 절벽 위 마을에서는 해변과 해변마을, 그리고 내륙 쪽 이베리아 반도의 전경을 한 눈에 담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거센 바람과 웅장한 파도소리가 들리는 빅웨이브 포인트에도 가볼 수 있습니다. 절벽 위 마을에 방문했다면 메모리아 소성당(Ermida da Memória)과 노사 세뇨라 다 나자레 성당(Igreja Nossa Senhora da Nazaré)도 방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리스본→나자레 : 세테 히우스(Sete-Rios)나 오리엔트(Oriente) 버스터미널에서 나자레 행 버스를 타고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
산타렝(Santarém)
고원 꼭대기에 있는 산타렝(Santarém)은 농업, 소 사육 및 투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산타렝 현의 현도이기도 합니다. 비옥한 습지대 위에 있는 세워진 이 오래된 도시는 고원 꼭대기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테주강과 넓은 평원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산타렝에서는 노사 세뇨라 다 그라싸(Nossa Senhora da Graça) 성당에서 화려한 고딕 양식의 건축과 장식을 볼 수 있습니다. 성당 내부에는 브라질을 발견한 페드로 알바레스 카브랄(Pedro Álvares Cabral)의 무덤도 있습니다. 또한 14세기 시계탑(Cabaças Tower)과 로마네스크 양식의 상 주앙 두 알포랑 성당(Igreja de São João de Alporão)도 둘러볼 수 있습니다.
리스본→산타렝 : 산타 아폴로니아(Santa Apolónia)역에서 기차로 약 1시간 소요
(리스본까지 버스도 운행하고 있지만 기차에 비해 운행 편수가 많지 않습니다.)
에보라(Évora)
에보라는 알렌테주 지방의 도시로, 에보라 현의 현도이기도 합니다. 에보라의 역사지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에보라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인 '에보라 로마 신전(Roman Temple of Évora)'은 로마 시대의 유적입니다. 1세기경 아우구스투스 황제 시기에 지어졌으며, 지금도 전 유럽에 남아 있는 고대 로마의 가장 중요한 유적 중 하나입니다.
에보라 시청 안에서는 로마시대의 목욕탕과 카몽이스의 흉상을 볼 수 있습니다. 그 밖에도 일명 '뼈 예배당'이라고 불리는 카펠라 두스 오수스(Capela dos Ossos)에서는 페드루 1세와 콘스탄사 왕비의 결혼식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리스본→에보라 : 세테 히우스(Sete-Rios)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에서 버스 혹은 기차로 약 1시간 30분 소요
세심브라(Sesimbra)
세심브라는 세투발 현에 위치한 소도시입니다. 바다에 인접한 도시답게 낚시와 관광 휴양지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18세기에는 포르투갈 왕들이 해변 휴양지로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세심브라의 해변에는 '황금 해변(Praia do Ouro)'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눈부신 백사장이 길게 펼쳐진 이 해변에는 햇살 아래에서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찾아온 여행자들을 위한 상점과 시설도 잘 마련되어 있습니다.
세심브라에서는 맛있는 해산물 요리를 먹으면서 여유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또한 매년 2월에는 세심브라 카니발(Sesimbra Carnival)이 열리기도 합니다. 이 카니발은 포르투갈에서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카니발 중 하나로, 도시 전체가 이 시기에 맞춰 전 세계에서 방문한 관광객들로 인해 들썩이게 됩니다.
리스본→세심브라 : 스페인 광장(Praça de Espanha) 버스터미널에서 세심브라행 버스로 약 1시간 15분 소요
세투발(Setúbal)
세투발은 리스본 바로 남쪽 지역인 세투발 현의 현도인 도시입니다. 세투발현의 북쪽은 테주강이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지점에 해당하고 남쪽은 사두강(Rio Sado)이 대서양으로 흘러나가는 지점에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 일대는 농사를 짓기에 매우 좋은 비옥한 지대로도 유명합니다. 따라서 세투발 일대는 풍부한 해산물과 농산물로 풍요로운 곳으로, 그래서 고대 로마시대 이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지역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리스본을 대표하는 항구도시 중 하나답게, 세투발에서는 언제든 계절에 맞는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습니다. 세투발 앞바다인 사두강 하구 유역에는 큰돌고래가 종종 목격되는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앞바다 건너편에는 고급 리조트와 호텔이 모여있는 긴 백사장으로 유명한 트로이아 반도(Peninsula de Tróia)도 위치해 있습니다.
그밖에도 세투발에는 포르투갈의 후기 고딕 양식에 해당하는 마누엘 양식으로 15세기에 건축된 '예수 수도원(Mosteiro de Jesus)'이 있습니다. 오래된 역사적인 수도원 내부에는 15~16세기 예술작품들이 있는 박물관도 있습니다.
세투발은 관광지라기보다는 세투발 현의 행정과 경제의 중심지에 더 가깝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유명한 '주제 무리뉴'의 고향으로 더 잘 기억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리스본에서 세투발을 왕래할 때 버스를 이용한다면, 바스쿠 다 가마 다리를 건너는 노선도 있기 때문에, 리스본을 여유롭게 여행하는 중이라면 한 번쯤 다녀오기에 좋습니다.
리스본→세투발 : 스페인 광장(Praça de Espanha) 버스터미널에서 세투발행 버스로 약 1시간 15분 소요
세테 히우스(Sete-Rios) 기차역에서 기차로 약 50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