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애심 - 3

正臨愛心 - 3

by 요즘씨

# 3



이틀 연속 가위에 눌렸고, 이상한 형체를 보았다.

그리고 말로 설명하기 힘든 기묘한 일들.

나는 승현에게 간밤에 있었던 일을 말해 주었다.




“내가? 뽀뽀뽀 노래를 불렀다고?”

“응. 목이 찢어지게. 그리고 그 형체도 나왔다.”

“그리고 넌 기절했다고?”

“맞아. 너 목은 괜찮냐?”

“아니, 그렇지 않아도 목이 칼칼하더라.
난 그냥 건조해서 그런 줄 알았지.
오싹한데? 시발 무서워.”

“근데 어머님 집에 계시지 않았어?”

“몰라. 밤 중에 나갔나? 근데 말이 안되는데.”

“하… 괜히 나 때문에 미안하다.”

“야, 우리 엄마 자주 찾아가는 무당집 있는데
엄마한테 물어볼까?”

“다음에 도움 필요하면 내가 다시 물어볼게.
지금은 아직 그런 것까진 생각 안해 봐서.”

“근데 시발. 이거 너가 아니라 내가 가서
굿이라도 해야 할 거 같다. 아 미쳤네. 진짜.”



하루가 허무하게 스러져 갔다.

이제 나의 온 신경은 예민해진 상태이다.

하지만 내가 다시 부푼 마음을 가질 수 있었던 건,

이틀 뒤에 만나게 될 그녀가 있기 때문일 거다.



하교 후 집에 도착한 나는 부모님을 찾았다.

최근 이틀 연속 가위에 눌렸다고 전하고,

방 불을 켜고 잘 테니, 끄지 말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문도 열어두고 잘 생각이라 말했다.



부모님은 걱정 보다는,

전기세 이야기를 하며 잔소리를 했지만,

알겠다며, 들어가 쉬라고 했다.



금요일 저녁이었지만 외출을 하고 싶지 않았다.

이틀 뒤에 그녀를 만난다는 기대감.

그리고 이틀 동안 나를 괴롭혔던 가위 눌림.

뚜렷하진 않지만 분명 사람의 형태를 지닌

소름 끼치는 존재.



탈력감과 기대감, 설렘과 공포,

여러 감정이 교류하는 탓에

나는 어떤 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침대 헤드에 기대듯 앉아 이어폰을 귀에 꼽고

음악을 재생했다.



조PD, 원타임, 조성모 등

평소 즐겨듣는 노래가 연이어 들려온다.

노래를 얼마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노래를 들으며 혼자 웃기도 했던 것 같다.

입술을 오무렸다가 ‘뽁’ 하는 소리를 냈다.

이러한 행위를 거진 수십 분을 한 듯하다.



며칠간 제대로 먹지 못해 허기졌다.

주방에 나가 냉장고에서 먹을 것들을 꺼내

숟가락만 들고 퍼먹었다.



고추장 멸치볶음을 입에 넣고 마구 씹었다.

진미채 오징어, 청경채 무침, 고구마 줄기,

깻잎 절임, 총각김치, 날달걀.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니었다.

허기져서 먹는 것이었다.


밥솥을 열어 보니 남은 밥이 보였다.

숟가락으로 퍼먹는 것이 성에 차지 않아

손으로 퍼먹었다. 뜨겁다는 감각은 없었다.

싱크대 찬장을 열어 보니 봉지 라면이 있었다.

뜯어서 생라면을 우걱우걱 씹었다.

건조한 라면 탓에 입이 심심해

양념스프와 건더기 스프를 뜯어 입에 부었다.

오물오물 씹어대니 이제야 만족이 됐다.



목이 말랐다. 싱크대에 수도를 틀고

입을 대고 꿀꺽꿀꺽 물을 마셨다.

아무리 마셔도 갈증이 가시지 않는다.

계속해서 물을 마시다 보니 구역질이 났다.

물과 함께 방금 먹은 것들을 다 게워냈다.

다시 허기짐이 밀려온다.



나는 토해낸 것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으로 토사물을 한 움큼 집어 입에 가져 댔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나를 방해했다.

손목을 힘입게 잡아챈 그것을 보니

일그러진 얼굴의 남자였다.

웃음이 나와 한껏 웃었다.

하하하하. 웃고 나니 기분이 나빠졌다.

내 손목을 잡은 그것을 힘껏 뿌리쳤다.



소란스러운 소리.

귀를 거슬리게 하는 소리.



듣기 싫어 양손을 펼쳐 내 귀를 사정없이 쳐댔다.

귀가 쩡쩡 울려대는 것이 묘한 쾌감이 든다.



마구 때려대니 이제는 거슬리는 것들이

양팔을 붙잡고 방해한다.



발버둥 치며 발악하는데 거실 밖 베란다에

무언가가 서 있었다.



희미한 형체.

귀까지 찢어져 웃는 미소.

눈으로 짐작되는 두 개의 검은 구멍.



나는 저항을 멈추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베란다에서 귀청을 울리며 노래를 부르는

그 소리에 귀 기울였다.


- 아빠가 출근할 때 뽀뽀뽀
- 엄마가 안아줘도 뽀뽀뽀
- 만나면 반갑다고 뽀뽀뽀
- 헤어지면 또 만나요 뽀뽀뽀


나는 물었다.



“뒤에 가사 더 있잖아.”



대답은 하지 않고 계속 네 구절만 반복해 부른다.



“뒤에 가사 더 있다고!”



귀가 찢어지듯, 들려오는 노래.

난 그냥 웃었다. 미친 듯이 웃었다.




+




주위를 둘러보니 황망한 표정의 부모님이

서 계셨다. 엄마는 무엇이 그리 슬픈지

눈물을 글썽이고 계셨고,

아빠는 입을 벌린 채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주방에는 내가 벌인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이 났다.



나는 별다른 말 없이

욕실에 들어가 씻었다.

팔에는 자잘한 상처들이 남아 있었다.

나를 제압하려던 아빠의 흔적인 것 같다.

부모님에게 어떤 말씀을 드려야 하지?


정중히 사과 해야 하나?

친구 집에서 겪었던 일을 말해야 하나?

근데 내가 잘못한 게 뭐지?



혼란스러움과 부끄러움 그리고

속상한 마음.



그리고 나는 부모님께

내 상황을 아직 말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만 기다리면 그녀를 만났다.

괜한 일로 약속에 지장이 생길까

걱정이 앞섰다.



혼재된 감정 속에서 나는 쉬이

욕실 밖을 나갈 수 없었다.



“씻고 들어가서 쉬어라.”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고,

이어 두 분이 안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갑자기 복받쳐 눈물이 쏟아졌다.



입을 막고 끅끅대며 울었다.

내 울음소리를 들으실까 불안해

샤워기를 틀고 있었다.



+



밤새 잠을 잘 수 없었다.

가위에 대한 걱정과 공포.

부모님에 대한 미안한 감정.

그리고 내가 어떻게 된 건 아닐까

엄습하는 불안.



가을의 해는 생각보다 일찍 뜬다.

토요일 아침.

평소와 다르게 집이 조용하다.



조심히 거실로 나서니 엄마가

식탁에 앉아 계셨다.



“어제는 엄마도 많이 놀라서,
챙겨주지도 못했네.
아들. 엄마 아빠 기다릴 테니까
말할 수 있을 때 천천히 말해줘.”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집을 나왔다.

부모님과 같은 공간에 함께 있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슬픔이었다.

집 근처 놀이터를 찾아 벤치에 자리를 잡았다.



말을 해달라니.

어떤 말?

나도 아는 게 없었다.

내가 헛것을 보는 건지 귀신에 들린 건지.

그리고 그렇다 한들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그때 전화기 진동이 울렸다.

두 번의 울림.

문자 수신이다.


[애심]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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