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여름 처음 죽도를 든 지 7년 후인 이제야 검도 초단을 취득했다.
운동을 한번 가면 머리 치기를 최소 200번은 하는 것 같으니 7년 중 쉰 기간을 제외하고 일주일에 2번 정도 간 것으로 계산하면 최소 8만 번의 머리 치기를 한 것 같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머리 치기는 잘 나오지 않고 마음과 몸은 따로 논다. 그래도 여전히 검도가 좋고 꽤 오랫동안 검도를 할 것 같다.
검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군대에서였다. 다들 남는 시간에 체력단련장에 가서 헬스를 했기에 나 또한 몇 번 따라가서 한 적이 있었다. 무거운 기구를 들었다가 놓는 헬스는 요령이 없어서인지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그때 한창 인문학과 관련된 책을 보았기에, 사회에 돌아가면 철학을 담고 있는 무도(武道) 중에 하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마음먹고 전역했지만 좀 더 시간을 보낸 뒤 3학년 여름방학에 이르러서 시작했다.
학교에 오랜 전통이 있는 검도부가 있었고 거기서 운동을 시작했다. 기초부터 시작해서 호구를 착용했지만 운동을 잘하는 체질이 아니어서 이만저만한 실력에 머물렀다. 그래도 합숙훈련도 따라가 보고, 해외대학 교류전도 참여하며 좋은 경험을 했다. 다만 당시 외부활동과 졸업준비/취업준비로 바빠서 실력은 지지부진했다. 또 검도부원과 크게 교류하지 못하고 조용히 졸업을 했다.
그래도 그 기간을 거치며 검도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집 근처 도장, 회사 근처 도장을 다니며 검도를 이어서 했다. 아무래도 일에 치이다 보니 중간중간 쉬는 기간도 생겼다. 틈틈이 급을 취득했고, 드디어 3번째 도장에 이르러서 초단을 취득했다.
검도는 어려운 운동이어서 꽤 오랜 시간 수련을 했어도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중간에 다치기도 하고, 늘어나지 않는 실력에 실망스러운 기분에 빠지기도 했다. 그래도 인생에 도움이 되는 교훈을 몸으로 배우는 것 같고 정갈하게 호구를 입고 상대방을 맞이하는 차분함이 좋아서 계속하고 있다.
검도를 하며 배운 많은 교훈이 있지만 가장 인상적인 문구 하나를 꼽자면 '상대방의 머리를 치기 위해서는 나의 손목을 내어줘야 한다'라는 점이다. 상대방이 내 손목을 칠 정도로 손목을 내밀지 않으면 상대방의 머리를 칠 수 없다. 불확실한 세계에 있기에 직장의 일이든 일상의 일이든 투자든 위험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그것을 알지만 원체 꼼꼼하고 위험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기에(불가한 일이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더딜 때가 많다. 그때 검도의 이 교훈이, 제대로 나아가지 않아 머리를 칠 수 없고 오히려 내가 공격을 당하는 상황이 조금씩 위험을 받아들이고 나아가는 연습을 하게 한다.
요새도 상대방을 베고, 나도 베이며 일주일에 몇 번씩 검을 겨누고 연습을 한다. 올해는 기다리지 않고 바로 2단 취득을 해보려고 한다. 또한 작년에 구대회에서 1승을 거두었으니 올해 구대회에서 2승을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해보아야겠다. 무리하지 말고 꾸준히 수련하고 나를 갈고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