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도 나는 게 재미있을까', '현수동 빵집 삼국지'
나는 소설가 '장강명'을 정말 좋아한다.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면 그가 쓴 거의 모든 작품(단편 중엔 몇 개 빼 먹었을 수도 있다)을 읽었고, 꽤나 많은 비율로 그의 책을 샀다. 개인적으로 소설책을 즐겨 사진 않지만 장강명 작가이기에 그의 책은 대부분 사서 본다.
어느 정도로 좋아하냐면 한창 교사들을 모아 독서토론 모임을 운영할 때 매년 그의 책으로 독서 모임을 시작했다. 어떤 해에는 그의 소설 '한국이 싫어서'로 모임을 시작했고, 어떤 해에는 그의 에세이 '5년 만의 신혼여행'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고도 그의 작품들이 너무 좋아서 문학 수업에도 자주 활용했다. 작년에 '현대 문학 감상' 수업을 진행할 때 다양한 단편 소설을 읽고 토론하는 활동을 했다. 다섯 편 중에 두 편을 장강명 단편으로 수업했다. 그의 단편 소설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와 '현수동 빵집 삼국지'를 읽혔다. 좋은 작품이었기에 당연히 반응도 수업도 모두 좋았다.
단편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는 8명의 작가가 학교를 주제로 쓴 단편 소설을 모은 '다행히 졸업'이라는 소설집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장강명의 소설집 '산 자들'에 다시 실렸다. 학교를 다룬 그의 소설 속에는 정말 어딘가 있을 법한 학생들이 등장한다. 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사립학교의 문제를 대하는 각기 다른 등장 인물과 자신들의 상황을 동일시했다. 나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우리 학교의 문제는 뭘까? 학생은 어디까지 행동할 수 있을까? 이 인물은 대체 왜 이러지? 진지한 고민이 오고 갔다.
단편 '현수동 빵집 삼국지' 속 현수동 상가는 내가 근무하는 학교 근처 상가와 너무나 유사했다. 학교 근처 상가에는 빵집 네 개가 운영중이었다. 장강명 표현을 빌리자면 빵집 사국지. 나는 소설을 학생들의 현실과 엮고 싶었다. 인근 상가에 운영중인 카페로 관심사를 넓혀 상가 지도를 그리게 했다. 그러자 소설은 학생들의 삶 속으로 들아갔다. 직선거리 263m 도로의 양쪽. 그곳에 운영 중인 카페가 무려 12개나 있다는 사실에 아이들은 놀랐다. 그리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자영업자의 삶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다. 장강명의 소설은 나의 삶을 현실 어딘가와 엮는 힘이 있다. 사실 더 많은 작품을 읽히고 싶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소설집 '산 자들' 한 권을 한 학기 내내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고 싶다. 그의 노동에 대한 애착과 관심이 아이들 삶의 시야를 넓힐 수 있다고 믿는다.
장강명은 기자 생활을 하다가 전업 작가를 시작한 독특한 이력을 가진 작가다. 나는 그의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을 '사싱설'과 '구체성'이라 평가하는데, 아마도 기자 생활의 경험이 그의 작품에 디테일과 현실성을 구현하는 힘이 아닐까, 싶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현실에 맞닿아있다. 그의 이런 장점은 SF 소설에서 특히 도드라진다. 분명 세상에 없는 이야기인데 세상에 있는 이야기다. (이건 다음에 써보도록 하자)
장강명 작가가 건강하게 오래토록 작품 활동을 이어가면 좋겠다. 그의 단편, 장편, 에세이를 함께 늙어가며 오랫 동안 읽고 싶다.
아직 장강명 작가의 작품을 만나지 못한 분들은 꼭 한 번 그의 소설을 만나보길 바란다.
(단편, 장편, 에세이 모두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에세이가 읽기 가장 편하고, 단편 소설부터 접해 나가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