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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름 Dec 26. 2023

하루 두 번의 강의, 가능할까?

  하루 두 번의 강의, 가능할까?



  내일은 오후에 한 번, 저녁에 한 번. 두 번의 강의가 잡혀있다. 어찌 하다보니 그렇게 되었다. 문장을 두 번 적었는데 '-어지다'와 '-게 되다' 두 번의 피동 표현을 썼다. 피동 표현은 어떤 행위를 당할 때 쓰는 표현이다. 잘못 쓴 것 같다. 능동 표현으로 다시 써 보자. 



  두 번의 강의를 잡았다. 요청이 왔는데 놓치기 싫어서 두 강의를 모두 잡았다. 평소와 같이 일단 잡아 놓고 후회하는 중인데 이번에는 강의가 두 개라 후회의 강도가 세다. 



  오후에는 인근 중학교 강의다. 인근 지역 중학교에 강의를 나가면서 지역 내 중학교를 한 번씩은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아는 분의 추천으로 안 가본 중학교에 갈 기회가 왔다. 잡지 않을 수 없었다. 학생 대상 강의는 좀 고민하고 잡기로 한 게 얼마 지나지 않았는데 학생 대상이고 뭐고 바로 잡았다. 말과 생각과 행동이 모두 따로 논다. 



  중학교 강의가 끝나면 곧바로 타 지역으로 이동해야 한다. 저녁 강의는 고등학교 강의다. 고1과 고2, 학생과 학부모가 강의 대상이다. 오전에는 교사로 출근했다가, 오후에는 중학생 대상 고교 생활 설명회 강사가 되었다가, 저녁에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입 강사가 되야 한다. 



  1학기 때 비슷한 걸 해 본 적이 있다. 그 때는 오후에 중학교 강의를 하자마자 먼 곳의 고등학교로 이동해서 저녁에 2시간 동안 컨설팅을 진행했었다. 비가 내렸고 중학교 강의가 길어지는 바람에 조바심을 내며 빗길을 운전했던 경험이 있다. 그 때도 벌려 놓고 후회했지만 생각보다 힘들지 않았다. (고 기억하지만 왠지 왜곡된 기억 같다.) 



  강의는 생물이다. 언제나 다르다. 예측하기 어렵다. 그래서 내일 어떻게 될 것인가 나도 모르겠다. 두 강의 모두 너무 즐거울 수도, 한 강의가 끝나고 기진맥진하여 두 번째 강의가 엉망이 될 지도 모른다. 그래서 나는 내가 할 일을 한다. 강의 자료를 수정하고, 복습하고, 되뇌인다. 머릿속에 강의의 흐름을 떠올린다. 강의 자료가 USB에 잘 담겼는지 거듭 확인한다. 레이저 포인트의 배터리와 성능을 체크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강의가 잘 끝났던 날들을 떠올린다. 내 강의를 듣는 청중들이 어떤 마음으로 강의에 참여할 것인지를 상상한다. 나만 단단하면 강의는 늘 그랬듯이 재밌게 흘러갈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에 다시 또 한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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