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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호 노무사 May 25. 2018

파업이 기본권이라고요?

파업과 직장폐쇄에 대하여.

쟁의행위의 신고


미리 서울시장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파업 신고를 해 두었다. 문기는 생각보다 꼼꼼했다. 털어서 나는 먼지 때문에 낭패를 보는 일은 없어야 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 제17조(쟁의행위의 신고)]
노동조합은 쟁의행위를 하고자 할 경우에는 고용노동부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행정관청과 관할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의 일시ㆍ장소ㆍ참가인원 및 그 방법을 미리 서면으로 신고하여야 한다.


노조 조직률과 쟁의행위 


조합원들 중에는 생전 처음 파업에 참여하는 이들도 많았다. 노조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조합원들도 많았다. 고상한 가치를 주장하더라도, 데모라고 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일으키는 이들이 부지기수였다. 파업은 박물관에 고이고이 모셔 두어야 할, 오래된 과거의 유물 같은 거였다. 헌법상 규정돼 있는 단체행동권이라는 말은 바깥 세계(?)에 보여주기 위한 장식용 용어였다.


전체 임금노동자 중 노조에 가입한 비율은 10% 언저리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나마 300명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하는 대기업은 노조 조직률이 55%에 달했지만, 30명이 안 되는 기업은 0.2%, 100명이 안 되는 기업은 3.5%에 불과했다. 중소기업은, 노조가 없는 곳이 90% 이상이었다. 노조가 있다 해도 노조가 파업을 하는 순간 소리 소문도 없이 회사가 사라지는 곳도 많았다.  


그리고 나선, 노조에게 모든 책임을 덮어 씌웠다. 모든 잘못은 노조에게 있었다. 노조는 사라져야 할 악이었고 파업은 그 악의  현현(顯現)이었다.


헌법 제33조 제1항의 단체행동권이라는 단어엔 빨간  삭제 줄 두 개가 쓱쓱 그어져 있는 것 같았다.




"노동조합 얼굴에 먹칠하는 놈들!"


채용을 알선해 주겠다며 몇 천 만원의 뇌물을 받아먹은 어떤 노조 간부에 대한 뉴스를 보며 문기는 분노했다. 세상은 요지경이었다. 모든 노조가 정의로운 건 아니었다.


많은 노조가 노동운동 본연의 정의감을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지만, 노동운동은 과거의 연대성과 순수성을 망각한 채, 자꾸만 옆길로 나아가고 있는 듯 느껴졌다. IMF사태가 미친 영향이 컸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는 곧바로 대기업 노조와 중소기업 노조의 양극화로 이어졌다. 네가 죽어야 내가 살아남는 신자유주의의 질서 속에서, 일부 노동조합은 길을 잃어버린 듯 보였다. 


시민운동에 대한 지지자들이 노동운동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었다. 예전부터 그래 왔지만, 남녀 조합원의 숫자도 현격한 격차가 나타났다.


최첨단 IT문화와 랩의 빠른 비트에 익숙해진 2030 세대를 예전의 투박한 노동가요와 붉은 조끼만으로는 설득할 수 없었다. 군사독재 시절에 온몸으로 맞섰던 기성세대의 투쟁 방식은 더 이상 젊은 세대에게 먹히지 않았다. 게다가 사회의 고령화는 노조의 고령화로 빠르게 이어졌고, 노조 간부의 나이가 해가 갈수록 높아졌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무언가 무력해져 가고 있다는, 그 느낌만은 어쩔 수 없었다. 본질은 지키되, 외양은 바꿔야 했다. 무언가 돌파구가 필요해 보였다.




중소기업 노조의 파업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제외한 중소기업의 노동운동은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190만 명의 조합원 중 140만 명의 조합원이 1000명 이상의 대기업에서 근무하고 있었다. 중소기업에서 노조를 한다는 건, 그리 녹녹한 일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파업이란, 사실상 목숨을 건 투쟁이었다.


"파업을 할 수 있는 건 헌법에 나와 있는 기본적 인권입니다"


문기가 파업 얘기를 꺼냈다.

그러자 파업을 말리던 사측 교섭위원들이 답했다.


"노조 위원장님. 노조가 파업해 봤자, 우리 같은 하청업체가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습니까? 원청업체가 돈줄을 쥐고 있지 않습니까? 한 번 파업해 보시던가요.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 제가 위원장님 걱정돼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파업을 한다고 하자 그제야 인사노무팀장이 정중하게 속내를 말했다.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한 편으론 마치 파업을 기다리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 거죠? 우리 같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요? 원청업체에선 계약관계가 없으니까 교섭할 의무가 없다고 하고, 당신들은 원청업체가 단가를 후려 치니까 줄 돈이 없다고 하고, 원청업체 노조는 맨날 입에 발린 립서비스만 하면서 연대를 위한 구체적 액션은 취하지도 않고... 우리 비정규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개돼지처럼 최저임만 딱 받고 살아야 하는 겁니까? 무리한 요구, 아니지 않습니까? 성과급 같은 불안한 임금 말고, 기본급 같은 고정적 임금도 합리적으로 책정해 달라고요! 우리도 인간입니다. 존중받아야 할 자격이 있는 노동자라고요! 우리도 파업하기 싫습니다. 합리적으로 임금을 지급하면 우리가 파업을 왜 하겠습니까?"


문기는 목에 핏대를 세워 가며, 교섭사항이 타결되지 않으면 1주일 뒤 파업을 하겠노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문기도 두려웠다. 파업권이 헌법에 보장돼 있는 단체행동권이라지만, 사회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


헌법을 모르거나, 헌법을 무시했다.


심지어 법원의 판결조차도 그렇게 느껴졌다. 적어도 문기에게는 그랬다.  

 



노조파괴자의 개입


회사는 이미 C컨설팅이라는 회사와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었다. 노동계에서는 악명 높은 컨설팅 회사였다. 이미 몇 개의 노동조합이 C컨설팅의 자문으로 무너져 내렸다.  

문기는 김노무사를 통해 C컨설팅이 어떻게 노동조합을 무너뜨리는지를 알고 있었다.


C컨설팅은 회사에 조합원의 리스트를 작성하도록 지도했다. 조합원의 이름 옆에는 R, Y, G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었다. R은 Red의 약자로 회사의 관점에서, 강성 조합원을 의미했다. Y는 Yellow의 약자로, 회사의 관점에서 중도성향의 조합원을 의미했다. G는 Green의 약자로 회사의 관점에서, 사측에 친화적인 조합원을 의미했다.

회사는 Y와 G들을 포섭해서 별개의 노조를 만들게 한 후에, R들로 이루어진 노조를 포위하고, 무너뜨리는 전략을 취한다고 했다. 복수노조를 허용한 노동조합법이 이런 식으로 악용되고 있었다.


"아무리 노조가 싫다고 해도 그렇지, 사람에게 이런 딱지를 붙인다는 게 말이 됩니까? 충성스러운 노예, 반항하는 노예 같은 건가요? 이게 인간으로서 할 행동입니까? 이건 우리를 인간으로 보고 있지 않은 겁니다"

  

김노무사에게 C컨설팅의 전략에 대해 듣자마자 문기는 분노했다. 이미 이전 직장에서 블랙리스트의 희생자가 돼서, 개명까지 한 문기는 그 상식 이하의 저열한 방식에 치를 떨었다.


경영권과 쟁의행위


"우선, 단체교섭 요구할 때, 정리해고 같은 사항은 뺍시다"

"왜요? 우리 회사는 언제라도 정리해고할 수 있는 회사입니다. 정리해고를 못하게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압니다. 알아요. 당연히 필요하죠. 그런데, 아직은 때가 아니에요. 우선 급한 것부터 해결합시다. 아직 노동조합이 제대로 정비가 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정리해고까지 교섭사항에 들어가면, 회사는 그걸 빌미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그리곤  불법파업을 이유로, 개인이 감당할 수조차 없는 천문학적인 손해배상을 청구하겠지요. 위원장님은 업무방해죄로 고소될 거고요. 그리고 위원장님을 징계해고하겠지요. 불법파업을 이유로 한 민사, 형사, 징계라는 3종 세트를 이길 수 있는 노동조합은 우리나라에 많지 않아요. 일부 대기업 노조야 버틸 수 있겠지만, 새빛서비스같은 중소기업 노조는 버티기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한 템포, 천천히 가자는 겁니다. 일단은요..."

"아니, 그러면, 정리해고를 못하게 하는 파업이 불법파업이란 말인가요?"


"네. 정리해고를 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리를 경영권이라고 부르는데요, 법원에서는 경영권 헌법상 권리로 보고 있어요. 그리고 정리해고를 반대하는 파업을 경영권을 침해하는 불법파업이라 보 있고요."


정리해고나 사업조직의 통폐합, 공기업의 민영화 등 기업의 구조조정의 실시 여부는 경영주체에 의한 고도의 경영상 결단에 속하는 사항으로서 이는 원칙적으로 단체교섭의 대상이 될 수 없고, 그것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나 합리적인 이유 없이 불순한 의도로 추진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노동조합이 실질적으로 그 실시를 반대하기 위하여 쟁의행위에 나아간다면, 비록 그 실시로 인하여 근로자들의 지위나 근로조건의 변경이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하더라도 그 쟁의행위는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것이다. (대법원 2006. 5. 12. 선고 2002도3450 판결)


"아니, 그럼, 회사가 정리해고를 하려고 하는데, 노동조합은 그걸 지켜보고만 있어야 한다는 건가요?"

"그걸 지켜보고 있는 노조가 어디에 있겠어요? 그런데, 그걸 이유로 파업을 할 때는 그만한 위험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 거죠. 위원장님, 정리해고는 지금 현안 사항이 아니니까, 우선 임금인상에만 집중합시다. 그리고 다음번에 기회를 봐서 고용안정협약(정리해고 등을 제한하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체결합시다!"




파업과 직장점거


파업과 동시에 직장 안에 있는 조그마한 족구장을 점거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함께 모여서 파업을 해야 해요. 흩으지면, 바로 조합원들을 회유할 겁니다. 회사의 공터 같은 곳 모여서 파업을 하세요. 사무실에서는 하지 마시고요!"


김노무사가 불안한 눈빛으로 문기에게 말했다.


"왜요? 사무실 모여서 파업을 해야, 회사가 우리의 요구사항을 더 귀담아 들어줄 것, 아닙니까?"

"맞아요. 그렇긴 한데, 직장점거를 할 땐 조심할 필요가 있어요. 사측의 출입을 막으면서 하는 직장점거를 법원에서는 불법이라고 하고 있어요. 사업장 시설의 일부를 점거하면서, 사측이나 비조합원의 출입을 허용하는 식으로  할 필요가 있어요."


문기는 법의 테두리를 지키려 노력했다. 돈도 없고 백도 없는 중소기업 노조로서는 불법이라는 딱지가 붙은 파업의 후폭풍을 감당할 수 없었다.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점거는 적극적인 쟁의행위의 한 형태로서 그 점거의 범위가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의 일부분이고 사용자측의 출입이나 관리지배를 배제하지 않는 병존적인 점거에 지나지 않을 때에는 정당한 쟁의행위로 볼 수 있으나, 이와 달리 직장 또는 사업장시설을 전면적, 배타적으로 점거하여 조합원 이외의 자의 출입을 저지하거나 사용자측의 관리지배를 배제하여 업무의 중단 또는 혼란을 야기케 하는 것과 같은 행위는 이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대법원 2007. 12. 28. 선고 2007도5204판결)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


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은 파업기간 동안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파업기간에는 무노동 무임금의 원칙이 관철되었다. 십시일반으로 모아둔 파업기금으로 급한 불을 껐지만, 파업기금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조합원들은 조금씩 동요하고 있었다. 단결력이 중요했다. 하지만, 사흘 굶으면 안 나는 생각이 없다는 처럼, 무임금의 고통은 생각보다 견디기 힘들었다. 조금씩 조금씩 이탈자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C컨설팅의 작전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알고 있는 작전인데, 대응하기 쉽지 않았다.

  

일을 멈추고 있는 기간 동안 발생하게 될 회사의 영업손실을 계산해 보았다. 회사도 이 상황이 오래가기를 원치 않을 거다. 어느 정도의 지점에서 타협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문기의 착각이었다. 생각보다 원청회사가 깊숙이 개입하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1주일이 지나자 회사는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직장폐쇄와 복수노조 


[노조법 제46조(직장폐쇄의 요건)]
① 사용자는 노동조합이 쟁의행위를 개시한 이후에만 직장폐쇄를 할 수 있다.


"C컨설팅 전략의 핵심은 직장폐쇄예요. 파업을 하고 나서 얼마 지나면, 회사가 경영악화를 이유로 조합원들만 대상으로 직장폐쇄(노동자들의 노무수령을 거부하는 사측의 쟁의행위)를 할 겁니다. 비조합원들에 대해서는 물량을 주면서 말이죠. 전 사실 걱정이 됩니다. 노조가 그걸 버텨낼 단결력이 있는 건지, 사실은 확신이 없어요... 제가 워낙 힘든 상황을 많이 봐 와서요..."


김노무사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회사가 정당하게 직장폐쇄를 단행하면, 직장점거를 풀어야 했다. 직장점거를 풀고 직장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퇴거불응죄로 처벌될 수 있었다. 게다가 직장폐쇄 대상에 대해서는 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없었다.


직장폐쇄기간에 사내 동호회장이나 반장 등이 총동원되었다. 물밑에서 Y와 G들에게 회사에 복귀하라고 회유했다. 복귀하면, 지금 노조가 주장하고 있는 임금보다 더 높은 임금을 주겠노라고 했다. 명백한 불법 행위였다.(직장폐쇄는 회사를 보호하기 위하여 수동적, 방어적으로 해야지만 정당성이 인정된다.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고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서 행하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허용되지 않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6조에서 규정하는 사용자의 직장폐쇄는 사용자와 근로자의 교섭태도와 교섭과정, 근로자의 쟁의행위의 목적과 방법 및 그로 인하여 사용자가 받는 타격의 정도 등 구체적인 사정에 비추어 근로자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있어야만 사용자의 정당한 쟁의행위로 인정될 수 있는데, 노동조합의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적인 목적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노동조합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 등을 갖는 선제적, 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정당성이 인정될 수 없고,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지 못하는 경우에는 사용자는 직장폐쇄 기간 동안의 대상 근로자에 대한 임금지불의무를 면할 수 없다.(대법원 2016.5.24. 선고 2012다85335 판결)


문기는 조합원들의 의지와 의리를 믿었다. 이미 C컨설팅의 전략도 공유했기에 이런 위기 정도는 극복할 수 있으리라 믿었다.


하지만, 믿음조차 현실의 다급함을 이겨낼 수는 없었다.


'위원장님, 죄송해요. 입원 중인 아내가 있어서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요'

'위원장님, 이 일자리마저 잃으면 우리 가족 길거리에 앉아야 해요. 이해하시죠?'

'위원장님, 이러면 안 되는 거 알고 있는데... 죄송합니다'


문기의 핸드폰에 차곡차곡 조합원들의 미안함이 쌓여갔다.


파업기간 중에 이탈한 조합원들과 비조합원들을 중심으로 새빛서비스 새노조가 만들어졌다. 노동자들의 80%가 가입했다. 어느새 문기가 위원장으로 돼 있는 노조는 소수의 R만 남아 있는 소수노조로 전락했다. 그리고 R들에 대한 사내 따돌림이 교묘하게 진행되었다. 문기의 과거가 재생되고 있었다.


헌법대로 했을 뿐인데, 문기는 다시 빨갱이가 되어 있었고, 회사는 빨갱이를 물리친, 초일류기업의 위대한 하청회사가 되어 있었다.




"새빛서비스 녹색사업"이라는 문건이 내부의 누군가에 의해 외부로 유출되었다. 모든 구성원을 G로 만들기 위한 C컨설팅의 노조파괴 전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C컨설팅의 대표노무사는 노동조합법 위반으로 구속되었고 노무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무너질 대로 무너진 기존 노조를 다시 살릴 수는 없었다.


깨어진 믿음과 서로에 대한 미안함이 구성원들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무표정한 얼굴로 회사 정문을 오고 가는 노동자들의 모습은, 마치 아무런 감정도 없이 허공을 떠돌아 다니는 유령, 같았다.


비가 내렸다. 빗줄기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었다. 문기가 들고 있는 조그마한 비닐우산으로는 포악한 빗줄기를 막을 수 없었다.

눈물인지 빗물인지 알 수 없는 투명한 액체가 문기의 얼굴을 덮었다.

파업전야처럼 슬픈 비가 내렸다.


제18화. 끝.


브런치에 연재된 "소설로 읽는 사회생활과 노동법"을 엮어서 "당하지 않습니다(카멜북스)"라는 책을 발간했습니다. 책 발간의 기회를 주신 브런치 관계자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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