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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규섭 Nov 13. 2020

이름부르기와 기억하기 : 복원

190416

   

1.

오늘(2019.04.16) 노트르담 대성당이 불에 탔다. 13세기에 지어진 뼈대를 포함한 성당의 지붕은 1시간 만에 연소로 붕괴되었고, 프랑스와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마치 8세기의 시간이 소실된 것과 같은 충격이었다. 유산이라 부르며 중요하게 여겼지만, 이 역시도 유한하기 짝이 없는 모습을 보며 기회가 될 때마다 얼른 보러다녀야겠다는 냉소적인 생각이 든다. 벌써 꽤 오래 전, 우리 문화재인 숭례문도 불에 탄 적이 있다. 우리도 지금 프랑스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충격에 휩싸였던 기억이 있다. 이내 복원사업을 시작했고 지금은 옛 모습을 되찾았다. 복원은 소실된 옛 것을 다시 살리는 작업이다. 원본을 잃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다는 것과, 후대의 인위를 덧대었다는 것이 경우에 따라 유산, 그 고유의 가치를 잃을 수 있다는 단점이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모습’ 자체는 전과 유사하게 회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장,단 어느 쪽이 큰지를 재단하여 복원 사업을 진행할지 여부를 당대의 합의를 통해 결정한다.


2.

오늘은 세월호 5주기이다. 누군가에게는 지겨운 일이 된 ‘기억하기’를 촉구하는 모임이 서울 이곳 저곳에서 열린다. 바람이 아름다운 오전이 지나면, 제법 볕이 따가운 오후가 올 것이다. 오늘의 날씨는 5년전 오늘과 닮았다. 지난 1,2,3,4주기에 흐리고 비가 왔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흐드러진 봄꽃같던 이들이 물에 젖어가는 모습을 좌시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고 하기엔 말이 되지 않게 볕이 좋았던, 그날과 오늘은 날씨가 참 닮았다. 우리는 우리의 창조물인 유산이 훼손되었을 때,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 들이는 천문학적 비용은 우리의 주요 관심사가 되지 않는다. 복원이 가능하면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고, 복원이  가능 하다면야 안도의 한숨과 함께 가슴을 쓸어 내리고 공사를 위한 담론 형성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앞서 장,단을 비교한다 했지만, 대부분 우리가 유산으로 지정한 것들은, 대체될 수 없는 역사의 소산이자, 값을 매기기 어려운 가치를 가지고 있다고 동의하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304명의 삶엔 마치 값을 매길 수 있는 것처럼, ‘유난 떨어도 될’ 시간이 지난 것처럼 이야기하는 가여운 이들은 사실 사회적 관심이 필요할지 모른다. 공감능력의 결여는 사회성의 형성 과정에서 어떠한 문제를 겪어, 그 기본을 갖추지 못한 것 이기에, 도움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3.

광화문에서 경비근무를 하던 어느 날, 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내다 문득 눈이 닿은 곳에 지금은 사라진 ‘세월호 분향소’가 있었다. 문득 눈이 닿은 곳에 아직 돌아오지 못한 5분의 이름이 있었다.

남현철, 박영인, 양승진, 권재근, 권혁규.

 일상을 채운 많은 이름들에 밀려 쉽게 잊혀지곤 했지만, 굳이 외우려 애써봤다. 기억하지 않으면 너무 쉽게 잊혀진다.  ‘꽃’이라는 시로 익히 그 이름이 알려진 김춘수의 시를 통해, 우리는 하이데거의 실존주의 시학을 읽을 수 있다.


대략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던 그는 나의 이름을 부르는 행위를 통해 ‘존재’가 된다’는 것이다.
(김춘수의 [꽃] 변형)


우리가 기억하고 이름을 부르는 일은 생각보다 중요한 일이다. 수초도 걸리지 않고, 큰 힘 들이지 않아도 되는 그 일이 ‘존재’를 불러일으키는 일이다. 앞서 이야기한, 노트르담 대성당과 숭례문을 복원하는 일에 비해 간단한 일이다. 우리의 기억하기는 그들의 존재가 되고, 또 다른 그들을 만들어내지 않겠노라하는 약속이다. 누가 뭐라 하더라도 이름부르기와 기억하기가 중요한 일임은 자명하다. 가능하다면, 4월16일에는 이들의 이름과 노트르담 성당. 그리고 하이데거를 떠올리려한다.








전규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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