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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경원 Oct 12. 2020

시험 풍경

인문계 고등학교 시험기간 풍경

  아침. 저녁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떼고 게임을 하던 아이가, 야간자율학습 시간 교실 맨 앞 교사 책상에서 수학책과 자습서를 펼치고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 모습이 놀라와 가까이 가봤습니다. 책 가운데 스마트폰이 자리잡고 있네요^^.  늘 교실 맨 뒷자리가 고정석이었던 친구가 스스로 앞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공부를 해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겠지요. 시험기간이 그런가봐요. 마음 놓고 게임을 하던 아이도 책을 펴게 만드는, 조금이라도 공부를 해야 게임을 할 수 있을것 같은 부담을 주는 것.

  수업시간 아이가 자습시간을 달라네요. 마음은 무겁지만,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중간고사에서 제 과목은 시험을 치르지 않거든요. '쌤 과목은 시험을 치르지 않는데 자습 시간을 주기가 어렵네요. 그런데 진짜 자율학습 시간을 주면 공부가 되나요?' 되물어 봤습니다. 아이들이 웃네요. 공부하기 보단 그냥 떠들거나, 자거나 할 것 같다네요. 시험을 치르지도 않는 과목의 수업시간, 그리고 4과목만 치르는 시험, 시험 과목이 아닌 교과수업시간에 자습시간을 달라는 염치(?)없는 요구도 자연스럽게 하게 만드는 것이 시험이란 놈의 위력인가봅니다. 아마도 제게는 시험공부시간보다는 조금 쉴 수 있는 시간을 달라는 의미였겠지요.

  아침 풍경도 다양합니다. 시험 공부에 열중하는 아이,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아이, 답답한 마음 달래려 밖으로 다니는 아이, 미처 머리도 말리지 못하고 급히 교실로 뛰어 들어오는 아이 여러 모습이 보입니다. 웅성 웅성 여러 모습에 한 아이가 나와 칠판에 'D-2 중간고사'라고 글을 적습니다. 아이들 표정을 살펴봤습니다. 이 노래 가사가 딱 맞는것 같아요.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냐~'  통통튀던 건강함과 에너지가 아닌 답답함의 틈새로 삐져나오는 실없는 웃음을 봅니다.


  부모님 보시기엔 어떠하신가요?  

  '공부는 하는 건지?, 시험 기간은 맞는지?,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공부가 뭔 유세라고 짜증만 내는지?' 당최 종잡을 수가 없지요.^^  그 마음 충분히 공감됩니다.  저도 부모라서요.


  그런데, 본인은 더 할거예요. 책을 펴고, 책상에 앉아 있지만, 쉽게 손에 잡히지 않은 펜과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 암호같은 단어들.  본인 속은 더 타겠지요. 적당히만 알아도 살아가는데 지장없을 것 같은데, 한 문제라도 틀리면 비교순위에서 뒤로 쳐지게 되니 완벽할 필요없음 알면서도, 완벽함을 이뤄내야 하니 얼마나 힘들까요? 저도 시험을 치르면서 지금까지 살아왔지만, 여전히 시험이란 환경은 가혹하다는 생각입니다. 각자가 가진 달란트(재능, 역량)가 모두 다를진대, 그리고 꽃 피우는 시기도 다를진대 같은 공간, 같은 시간, 같은 방식을 요구하며 줄을 세울수 밖에 없는 현실이 참 아프네요.


  어찌할까요? 대신 살아줄 수있다면....

  지켜보기 힘든 마음에 이래라 저래라 얘기하다보면 잔소리, 아이는 변하지 않는데 잔소리한 부모 마음만 무겁지요. 


  상담기법 중에  '거울효과'라고 있다네요. 아이가 '아이쒸 영어 시험범위 너무 많아 짜증나' 하면 같은 표정 지어주며, '영어범위가 많아 짜증나는 구나`하고 거울처럼 되비춰 주는거예요. 아이가 힘들다 하면 같이 힘든 표정으로 공감해주고, 아이가 성취감에 기뻐하면 같은 표정으로 기뻐해주면 스스로 자신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한다고 하네요.


  시험 기간. 지켜봐 주세요. 곁에서 머물러 주면서 거울효과로 공감해주며 대화하다보면, 아이 스스로 잘 이겨내지 않을까요?  가끔은 쪽지에 '괜찮아~', '힘내~'라는 짧은 글귀 적어 몰래 머리맡에 놓아 주면 더 잘 이겨낼 거예요. 아~~~  그리고 십대들 무지, 아주, 어마무시하게 많이 먹습니다.  평소 아이가 좋아하던 간식 준비해서 공부할 때 슬쩍 가져다 주면 '어 우리 엄마 왜이러지?~~'하며 기분 좋게 공부하지 않을까 합니다.  야자시간 카페가서 맛난거 사먹어으라고 용돈도 두둑히~~^^  센스있는 아빠 되는 지름길 입니다^^.

  저도 우리반 버킷리스트 보고, 깜짝 선물 준비해보겠습니다.



  주말 아이들에게 보낸 영상과 메세지 공유합니다.


  https://youtu.be/UiFLJknuwGk


  꿈을 꾸었습니다. 쌤의 기억 속 아름다운 시간으로 남아 있는 대학시절. 그러나 고민도 치열했던 시간.


'강의동 앞. 잔디 광장에 있다. 따뜻한 햇살. 노오란 잔디. 설렌다. 다시 주어진 선물 같은 시간. 지금의 부족을 다시 채울 수 있는 시간. 다시 돌아온 대학시절. 이제 후회하지 않고 공부해야지...,  대학 시절 즐거웠던 기억 더듬으며 추억의 길을 걷는다. 새로 생긴 건물, 새롭게 변한 식당, 새롭게 변한 강의동과 애띤 학생들을 본다. "아~~~돌아온 것이 아닌 잠시 들른 것이구나"  한참 후배들.  많이 아쉽다. 지금의 못난 나를 버리고 더 멋진 나를 만들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아쉽다. 그 순간 선배를 만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나의 부족함을 알게해 주는 선배. 함께 걷다가 요란스런 강의실에 함께 들어간다. 강의실에서 벌어지는 현상에 대해 조목조목 차분하게 설명을 하는 선배. 멋을 넘어 존경의 대상. 물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아들이 깨워서 답을 못 듣고 깸.ㅜ.ㅜ 지금도 고민이고, 여전히 묻고 싶은, 답을 알고 싶은....


시험기간... 마음도 머리도 복잡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2반. 정답이 보이지 않는 삶. 나의 지금이, 나의 미래가 답답하고 혼란스럽기도 하겠지요. 그래도 잘 살피면 길이 보이지 않을가요? 길이 안보이면 지금 가고 있는 길로 새롭게 만들어 보면 되는거고..  한 명 한 명 색다름을 지니고 있는 2반. 힘겨운 시험기간이지만, 각기 다른 인생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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